“지금처럼 어려운 때 미래형 신산업 찾아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중앙일보 연중기획 ‘한식, 세계를 요리하라’의 1차 시리즈인 ‘세계는 음식전쟁 중’ 3회분이 본지 28~30일자에 나가면서 한식 세계화를 위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한식 세계화를 주요 국가 과제로 정해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본지의 한식 시리즈에 대해 우리가 미처 산업적 가치를 실현하지 못했던 한식의 의미를 찾아낸 기획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구삼열 서울관광마케팅㈜ 대표이사는 “한식 세계화야말로 관광·문화 한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잘 지적해 줬다”며 “한식 세계화를 국가 전략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정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이사장은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르 클레지오를 만났더니 ‘삼계탕과 미역국을 아주 좋아한다’며 ‘한국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데 가장 힘이 될 게 한식’이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호텔에서 한식당이 사라지고 의욕적으로 출발한 한식당들이 문을 닫고 있다”며 “정부와 대기업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앙드레김은 “전통과 토속적인 것에만 집착하지 않고 재창조를 통해 한국 음식을 세계화해야 한다는 명제는 대단히 선도적이고 신선한 주장”이라며 “한식 세계화는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리는 가장 유용한 도구이니 이를 장기적으로 끌고갈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갑 대한상공회의소 홍보실장은 “미처 생각을 못했지만 ‘맞아, 맞아’하면서 무릎을 치며 읽었다”며 “지금처럼 어려운 시대에 한식 세계화라는 미래형 신산업을 발굴해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최규완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외식산업학과 교수는 “미국·유럽에서 ‘에스닉 푸드’에 대한 열풍이 일고 있는 시점에 한식 세계화가 해외 고용 창출과 식품 수출에 얼마나 유용한 아이템인지를 더욱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위험을 감내하고 해외 한식 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동묵 농수산유통공사 한식세계화팀장은 “중앙일보의 연중기획이 한식 세계화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담는 공론의 장이 되고, 의견 수렴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식품연구원 외식연구팀의 이민아 박사는 “국민을 대상으로 한식 세계화의 필요성을 알리고 왜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돼야 하는가를 짚어주는 시작점으로서 의미 있는 기사였다”고 평가했다.

요리사들은 이번 시리즈가 한식 세계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많이 했다. 롯데호텔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의 이현진 셰프는 “한식의 세계화는 한식 문화의 현대화에 있다는 걸 알려준 시리즈였다”며 “시리즈를 보면서 한국 전통 그릇에 형형색색의 음식을 정갈하게 담고 그 옆에 한지와 전통매듭으로 장식을 해서 외국인에게 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중앙일보가 발행하는 영어신문 중앙데일리에서 이 시리즈 기사를 본 외국인들도 공감을 나타내면서 여러 가지 제안을 해왔다. 르 꼬르동 블루-숙명 아카데미의 필립 바크만 총주방장은 “세계 음식 시장엔 지금 건강에 좋고 맛도 좋으면서 가격도 괜찮은 음식에 대한 수요가 있는데 이번 시리즈로 그것이 바로 한식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같은 곳의 로랑 벨투아즈 요리장은 “한식에 대한 한국인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며 “이를 계기로 한국 요리사들의 해외 진출이 크게 늘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터컨티넨탈호텔 서울의 헤롤드 레인프로이 식음료 이사는 “담백하고 건강에 좋은 요리에 관심이 많은 미국과 유럽, 강한 맛을 좋아하는 남미 등 해당 지역과 국가에서 원하는 맛의 한식을 전략적으로 개발해 공략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다보스에서 한식 퓨전요리 선봬=마침 29일 저녁(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의 샤츠알프호텔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선 두바이 버즈 알 아랍의 수석총괄조리장인 에드워드 권이 총괄셰프가 되어 만든 19가지 한식 퓨전요리가 선보여 참석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권씨는 “한국적 요소는 7로 두고 나머지 3은 아시아와 서양의 아이디어를 차용했다”고 설명했다.

행사에는 한승수 국무총리, 조석래 전경련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한국 대표단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외국 인사로는 살리 베리샤 알바니아 총리,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 알 바다크 사우디투자청장, 클라이먼트 벨시크 도이체방크 회장, 크리스토퍼 콜 골드먼삭스 회장, 레이먼드 맥대니얼 무디스 회장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영덕 대게와 중국의 춘권을 더해 서양인들에게 친숙한 콘요리를 만드는가 하면 미식가들이 사랑하는 진미 중 하나인 푸아그라와 김치, 한국산 배, 장어를 모아 만든 창작요리도 선보였다.(2월 1일자 중앙SUNDAY 매거진과 joins.com에서도 자세한 요리 소개를 보실 수 있습니다.) 

다보스서 선보인 퓨전 한식

차가운 삼계탕=삼계탕은 뜨거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삶은 닭을 차갑게 식히고 고기를 결 따라 발라낸 다음 시금치·콩과 함께 김밥처럼 말았다.

거위 간과 김치, 신고배, 장어 테린과 간장 소스=거위 간의 매끄러운 질감에 김치를 조화시켜 상큼한 맛을 끌어낸 요리. 간장소스로 살짝 구운 장어는 입안을 달콤하게 해준다.

영덕 대게콘과 깻잎 그리고 레몬타임= 춘권 껍질을 깻잎과 함께 콘 모양으로 말고 초고추장 소스를 뿌렸다. 바삭하게 씹히는 춘권과 영덕 대게의 깊은 바다향이 어우러진 요리.
특별취재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