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세계최대 D램공장 세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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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일한 D램 업체인 엘피다 메모리가 오는 2007년까지 5000억엔을 투입해 세계 최대의 D램 공장을 짓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9일 보도했다. 엘피다 측의 이 같은 결정은 새 공장이 전면 가동하는 2007년에는 전세계 시장점유율을 30~40%까지 끌어올려 삼성전자(2003년 28.6%)등 선두업체들을 제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엘피다는 히로시마(廣島)에 세우는 새 공장에서 내년 가을 직경 300㎜ 웨이퍼를 월 1만개 생산하기 시작, 2007년까지는 월 6만개로 늘릴 계획이다. 또 월 생산 능력이 2만1000개인 기존 공장의 생산 규모도 연말까지 2만8000개 이상으로 늘려 2007년에는 월 9만개가량을 처리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현재 세계 최대의 D램 공장은 독일 인피니온테크놀로지와 대만 난야테크놀로지가 합작해 대만에 세운 공장으로, 이곳의 300㎜웨이퍼 월간 생산 능력은 내년 말까지 5만개로 예상되고 있다. 엘피다의 신공장 규모는 이를 상회하는 것으로, 공장 건설을 위해 엘피다는 신주 및 사채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방침이다.

이처럼 엘피다가 대규모 D램 설비투자에 나선 것은 휴대전화나 디지털 가전제품 등과 관련된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엘피다의 D램은 디지털 가전이나 휴대전화 등 PC 이외 용도가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 부분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를 기회로 삼아 삼성전자 등 선두업체들과 단숨에 나란히 서겠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엘피다의 신공장 건설 계획에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국내 D램 업체도 긴장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올해 말 경기도 화성에 13라인 가동을 시작하고, 이후 14, 15라인 증설도 추진 중이어서 엘피다의 계획대로 생산이 된다 해도 우리를 따라잡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다만 세계적 증설 경쟁이 벌어질 경우 D램 업계가 수익 악화의 덫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현재 D램 생산이 주력인 데다 채권단의 규제를 받고 있어 추가 투자가 쉽지 않은 하이닉스도 증설 경쟁에 따른 제품가 하락 및 수익 악화를 걱정하고 있다.

이현상 기자,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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