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강화되는 對담배戰線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흡연피해 보상요구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미국 담배업계가 흡연규제사업에 3천6백억달러를 출연(出捐)하기로 한 것은 이른바 담배와의 전쟁에서 소비자들이 거둔 최대 승리의 하나다.이 판결은 흡연의 습관성을 마약과 같은 것으로 규정하는등 지금까지 흡연규제의 언저리에만 머물렀던 니코틴 추방운동이 이제는 담배생산 본거지를 공략하고 있고,그 첫 시도에서 보기 좋게 승리했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법정투쟁에서 담배업계의 투항소식이 전해지자 대만.일본등 19개국 금연단체들은 미국 담배업계를 상대로 1백억달러의 배상요구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이번 결말이 미국 국내에 국한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흡연규제운동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세계보건기구(WHO)같은 국제기구의 전폭적 지원을 받기 때문에 담배제조업계의 보상이 국제관례로 확산될 공산은 크다.

즉 담배를 생산하고 그것을 수출하는 나라라면 모두 배상을 요구당할 수 있으며,한국도 국내외에서 한국담배를 사서 피우는 사람들로부터 소송당할 가능성이 있다.이렇게 되면 한국처럼 국가독점으로 운영되는 담배산업은 그 모양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가령 전매수익금의 감소를 우려한 정부가 만의 하나라도 금연운동확산에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준다면 담배산업을 민영화함으로써 흡연피해자의 보상받을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WHO 통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흡연으로 인한 사망은 10초에 1명씩 연간 3백만명에 이른다.15세 이상 세계 남성인구의 47%,여성의 12%가 담배를 피우지만 세계 최대 담배수출국인 미국의 남성 흡연율은 정작 28%밖에 안된다.

이 비율이 한국은 61%나 되고 거기다 최근 여성과 청소년의 흡연율은 급격한 상승을 보이고 있다.남들은 끊지 못해 애쓰고,우리는 피우지 못해 애쓰는 것이 바로 한국의 흡연풍토다.앞으로 미국 담배회사의 밀어내기 수출을 막고 우리 자신의 흡연규제,담배산업 입지재고 등을 위해 할 일이 많아질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