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외국인 고용허가제 집단이기주의적 반대 곤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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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문민정부 출범이후 집단이기주의의 폐해를 한두번 목격한 것이 아니지만 요즈음은 그 정도가 참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 같다.정부가 잘못된 제도나 관행을 바로 잡으려 할 때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바로 이 집단이기주의다.어느 집단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면서 벌이는 소요는 이제 예삿일이 된 것 같다.

얼마전 공정거래위원회가 소화제나 해열제 같은 단순의약품을 일반 소매점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자 전국의 약국들이 일제히 문을 닫겠다고 나섰고,급기야 이 계획은 보류되고 말았다.국민의 편의는 뒷전으로 밀린 것이다.

최근 정부가 마련한 금융개혁안에 대해서도 관련기관 임직원들과 노조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이들은 만약 정부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하고 있고,이 경우 금융시장의 일대혼란은 물론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다.

현재 추진중인'외국인 고용허가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이미 불법취업자 13만명을 포함,외국인력이 국내에 23만명 이상 들어와 범죄등 여러가지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고 이를 방치할 경우 국가경영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비화될 우려가 있다.그래서 정부가 이번 기회에 외국인력이 들어와서 나가는 전과정에 대해 체계적이고 투명한 제도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인데,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막대한 이권과 독점권을 잃게 되는 일부 단체가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나섬에 따라 정부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중소기업주들에게 항의집회 참석을 강요하고,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에 야유부대를 동원하는가 하면,반대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해 정부가 외국인들에게 국내 근로자와 똑같은 임금을 주도록 하고,노동3권도 보장해 줌으로써 중소기업들을 다 죽이려 한다는 식의 근거없는 선전을 하고 있다.

고용허가제는 중소제조업체들이 보다 편리한 방법으로 필요한 인력을 적기에,싼 임금으로 선택해 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특히 불안 속에서 불법취업자를 쓰고 있는 많은 중소업체들이 합법적인 방법으로 안심하고 필요한 외국인력을 쓸 수 있도록 돕자는 것이다.또한 국내 고용사정에 맞춰 외국인력 수급규모를 조절해 나가고,외국인력을 사용할 때 수반되는 각종 범죄.질병.송출비리와 사기피해등 제반 사회적 문제도 이를 통해 시정해 나가자는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이 제도의 취지를 이해하고 있거나 그간 외국인력 사용에 따른 불편과 폐단을 겪어본 중소업체들은 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민주사회에서 이익집단이 자기 이익을 위해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얼마든지 허용되어야 한다.하지만 그것은 전체의 이익을 정면으로 부정하지 않는 범위에서 행사되어야 한다.정부도 이제는 도를 넘는 집단이기주의에 대해서는 더이상 관용하고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본다.

신기창 노동부 서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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