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바쁘니 오바마와 통화를” 이매뉴얼 비서실장의 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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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달 초 당선인 자격으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만나는 자리에 배석한 람 이매뉴얼 비서실장은 손가락 관절을 신경질적으로 꺾어댔다. 오바마가 그를 언짢은 표정으로 돌아보자 오바마보다 두 살 많은 이매뉴얼이 장난치듯이 오바마의 왼쪽 귀에 자신의 손가락을 바짝 대곤 관절을 다시 꺾어 소리를 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25일 보도했다.

오바마가 23일 백악관에서 의회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비슷한 얘기들이 오갔다.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이매뉴얼이 바빠서 대신 대통령과 통화했었다”는 이례적인 경험담을 털어 놓은 것이다. 오바마가 대통령에 취임하기 몇 주 전 호이어가 이매뉴얼에게 전화를 하자 당시 차 뒷좌석에 있던 이매뉴얼은 “너무 바빠 통화하기 어렵다”며 전화기를 오바마에게 넘겼다는 것이다.

이매뉴얼은 오바마 취임식장에선 동료 하원의원들을 향해 손바닥을 펴고 엄지손가락을 코에 대는 장난스러운 모습을 연출한 적도 있다(사진).

이매뉴얼의 이런 행동을 놓고 일각에선 “불경스럽다”는 따가운 눈총도 보낸다. 하지만 NYT는 “이런 사례들이 오바마와 이매뉴얼의 격의 없는 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며 “이매뉴얼은 미 역사상 가장 막강한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는 주요 회의 자리에서 이매뉴얼에게 처음과 마지막 발언을 하도록 하는가 하면, 백악관 보좌진과 내각 주요직 인선도 상의했다. 자리를 고사하는 사람이 있으면 직접 찾아가 설득하는 역할도 이매뉴얼의 몫이라고 한다.

두 사람은 시카고 출신 상·하원 의원 출신으로 친구처럼 지내왔다.

이매뉴얼은 일리노이주 5지구(시카고 지역)에서 2002년 처음 하원의원에 당선된 뒤 4선에 성공했다. 차분하고 신중한 오바마와 대조적으로 의회에선 싸움닭으로 통해 ‘람보’란 별명을 갖고 있다. 유리잔이 깨지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남의 감정을 배려하지도 않는 사람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일엔 철저하다는 평판을 얻었다. 오바마는 그를 비서실장에 임명하며 “이매뉴얼보다 일을 더 잘하는 사람은 없다. 새 정부가 직면할 도전적 이슈에 대해 깊은 안목을 갖췄다”고 소개한 바 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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