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들이 채팅 즐기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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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방가'무슨 말인지 모르는게 당연하다.하지만 채팅을 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 것이다.'반가워요'라는 말의 컴퓨터속 언어. 채팅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갤럽여론조사에 따르면 그들은 20대(43.9%)와 10대(29.2%)들이며,그들중 63.9%는 서울 주변에 살고 있다.계층별로는 대학생.대학원생등 학생과 전문직 종사자들.간단히 말해 신세대들이 채팅문화의 주인공이란 얘기다.

그들은 그들만의 세계를 꾸미고 있다. 컴퓨터속에'대화방'이라는 이름으로 꾸며진 이 세계는'밀실속의 광장'이다.

밀실이란 익명성이다.그들은 얼굴과 목소리는 물론 이름과 신분까지 감추고 채팅을 즐긴다.익명성은 그들을 보다 자유롭게 만든다.조직 속에서 얼굴을 맞대고 얘기할 때 지켜야 할 위계의 엄격함도 없다.보다 솔직하고,또 그만큼 노골적일 수 있다.

이는 기존의 엄숙한 질서,이성이 지배하는 가식적 인간관계에 대한 저항과 같다.'방가'라는 말이 기존의 문법을 파괴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다짜고짜 반말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도 익명 속에서 그들은 평등하기 때문이다.

대화방은 또다른 차원의 광장이다.커뮤니케이션이라는 면에서 컴퓨터 통신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무한의 광장이다.외국에 이민간 친구라도 같은 통신망에 가입만 하면 대화가 가능하고,한번 메시지를 보내놓으면 수신자는 자기가 편한 시간에 이를 열어볼 수 있다.물론 채팅의 경우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같은 시간을 이용해야 한다.하지만 공간적 거리는 의미가 없기에 광장이긴 마찬가지다.채팅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다.그들은 TV나 라디오같은 매스미디어로부터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수동적 객체로 만족하지 못한다.정보를 만드는 동시에 수용하고,나아가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 발전적 커뮤니케이션의 주인공인 것이다.

밀실속의 광장,그 이중적 공간에 우리 미래가 놓여 있다는 사실-.문득 불안하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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