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총선결과에 국민불신 증폭 - 일부 재투표등 곳곳 부정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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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달 실시된 인도네시아 총선결과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고 있다.

당국의 공식 집계는 집권 골카르당이 유효투표의 70.02%를 얻어 압승한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지난 92년 68%까지 떨어졌던 지지도에 비해 약간 높아진 것. 처음으로 소수점아래 두자릿수까지 밝혀 통계의 신뢰성을 강조하려한 흔적이 역력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이런'의도적인 정확성'은 오히려 선거결과 전반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 수하르토정부와 집권 골카르당은 만족해하는 표정이지만 선거과정에서 빚어진 대규모 항의시위와 최악의 유혈사태,그리고 선거이후 벌어진 부정선거시비는 선거의 공정성에 큰 흠집을 남겼다.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마두라섬에서의 개표부정을 인정하고 재투표를 실시했으나 부정선거시비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15일에도 인도네시아 자바섬 동쪽의 마두라섬에서 정부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한 군중들이 총선 결과에 불만을 품고 폭도로 돌변,차량과 상점및 정부건물들을 불태웠으며 군병력이 투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도네시아 민간선거감시단체들은 공무원들에 의한 조직적인 부정선거가 저질러졌다고 주장한다.이들은 선거관리가 골카르당에 충성을 보이려는 공무원들 손에 맡겨진 상황에서 공명선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민간단체들에 따르면 지방공무원들에게는 골카르당의 득표목표가 시달됐는데 일부 공무원들의 과잉충성으로 당초 목표를'초과달성'하는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는 것. 부정선거의 후유증은 수하르토정부의 폐쇄적인 정치행태에 대한 중산층의 염증과 함께 골카르당의 장래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종수 기자

<사진설명>

인도네시아 시민들이 집권 골카르당이 예상대로(?) 압승했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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