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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금융빅뱅 보고서 확정 은행.증권.보험 벽 허물기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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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해 11월11일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의 금융대개혁 선언 이후 분야별로 추진돼온 일본판 금융빅뱅의 종합보고서가 13일 확정됐다.도쿄(東京)를 뉴욕.런던에 버금가는 세계 금융 중심지로 탈바꿈시키는 설계도가 완성된 것이다.금융제도조사회.증권거래심의회.보험심의회가 각각 제안한 내용을 종합한 이번 보고서의 핵심은 2001년까지 은행.증권.보험의 상호진입을 허용함으로써 금융시장을 대개혁한다는 점이다.또 증권회사 설립을 면허제에서 등록제로 바꾸고 외환.증권거래등 각종 수수료도 자유화해 경쟁을 촉진시켜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끼리의 원활한 흡수.합병과 신규사업 진출을 위해 내년부터 금융지주회사도 해금된다.일본판 빅뱅은 사실 올봄 정기국회 이후 이미 현재진행형에 돌입했다.외환법을 개정해 외환거래를 자유화했고 독점금지법도 손질해 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했다.스톡옵션 제도를 허용하는 상법도 개정됐다.한국에서 재경원과 한국은행이 밥그릇 싸움을 하는 동안 일본은 발빠르게 일본은행법을 개정해 올해말까지 총리직속의 금융청을 발족시키기로 확정했다.지난 50년간 일본금융을 이끌어온 기본틀이 완전히 뒤바뀌고 있는 것이다.

대장성측은“영국의 빅뱅은 증권분야에만 국한됐던 것”이라며“은행.보험.금융감독체계등 금융전체를 단 4년내에 개혁하는 것은 세계에서 유례없는 일”이라고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투명성.경쟁촉진.국제화라는 3대원칙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일본판 빅뱅은 하시모토 총리의 6대 개혁의 신호탄이기도 하다.일본의 금융빅뱅이 단기간내에 무리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지난해부터 연이어 터져나온 부실금융기관의 파산,총회꾼과의 결탁,부실대출등도 배경이 됐다.또 1천2백조엔의 개인 금융자산과 5백조엔에 이르는 국내총생산(GDP),강력한 제조업을 가진 만큼 이제는 금융쪽에서도 이에 걸맞은 새 옷을 입어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 덕분이기도 하다.

일본은행도“금융 빅뱅에 관해서는 일본에서 누구도 노(NO)라고 말할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일본 금융기관들도 금융 빅뱅이 가시화되면서 서서히 피해의식에서 벗어나고 있다.'대경쟁시대'를 맞아 고통받는 금융기관도 있지만 자유화와 규제철폐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시켜 준다는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전문분야를 특화하면 국제경쟁력은 더욱 강화된다는 것이다.이와 함께 홍콩.싱가포르로 떠났던 외국 금융기관들도 도쿄로 돌아오고 있다.도쿄의 외국계 금융기관 종사자는 올들어 20%가 늘었고 5월중 도쿄의 외환거래액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시장원리의 회복이 국제적인 신뢰로 이어진 것이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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