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출신 CEO 외국기업 누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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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삼성 출신들이 전자 및 정보기술(IT)분야 외국기업 CEO로 주가를 높이고 있다. 소니코리아, 올림푸스 한국, GE코리아, 한국 HP, 한국 후지쯔, TI코리아 등 한국에 진출해 있는 주요 외국기업의 사장들은 모두 삼성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다. 외국기업들이 삼성 출신을 선호하는 이유는 개인적인 능력 외에 삼성에서 익힌 조직관리.경영기법 등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선호하는 삼성의 조직문화가 외국기업의 문화와 가장 잘 맞을 것이라는 이유도 있다.

외국기업의 한 관계자는 "외국기업 지사장 채용시 삼성 출신이면 점수를 더 따고 들어간다"며 "삼성 출신을 뽑으면 향후 삼성과의 협력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소니 코리아 이명우(50)사장은 1977년부터 98년까지 20년 넘게 삼성전자에서 일하며 영국.미국 지사 지점장 등을 맡았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이 사장이 부임하면서 삼성이 소니의 기술을 채용하는 폭이 커졌다"며 "삼성과 소니가 경쟁관계에서 파트너 관계로 전환하는 데 이 사장의 역할이 컸다"고 설명했다.

GE코리아의 이채욱(58)사장은 삼성물산 출신이다. 78년 삼성그룹에 입사, 해외사업부 본부장 등을 맡았다. 89년 삼성과 GE가 의료기기 부문 합작 법인을 설립할 때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GE와 인연을 맺었고 2002년 5월 GE코리아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사장은 삼성과 GE의 관계를 가깝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림푸스 한국의 방일석(41)사장은 88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95년 삼성재팬 주재원으로 옮기면서 올림푸스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올림푸스는 거래처 담당자였던 방 사장에게 한국 시장에 대한 보고서를 요청했다. 방 사장의 보고서에 깊은 인상을 받은 올림푸스 측은 방 사장에게 올림푸스 한국법인의 대표를 제안했다. 방 사장은 취임 후 디지털카메라 메모리카드(xD픽처카드)의 생산시설을 한국으로 옮겨온 뒤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와 협력해 xD픽처카드를 생산해오고 있다.

한국 HP의 최준근(51)사장은 75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뒤 84년부터 삼성과 HP가 만든 합작회사 삼성HP에서 10여년 동안 일했다. 95년 한국HP 사장에 취임했다. 최 사장은 지난해 9월 삼성전자와 HP와의 OEM 계약을 체결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한국 후지쯔의 윤재철(55)사장과 TI코리아의 손영석(49)사장도 삼성전자 출신이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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