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새해 행운을 함께 나누시죠, 쉘 위 댄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98호 18면

“회의는 춤춘다.” 1814년 나폴레옹 전쟁을 끝내는 빈 국제회의에서 나온 유명한 말이다. 오스트리아의 재상 메테르니히는 복잡한 회의가 난관에 부딪칠 때마다 무도회를 열었다. 거대한 무도회장에서 수천 명이 참석하는 오스트리아 빈의 무도회는 국제적인 명물로 자리잡았다.

오자와 세이지 지휘 빈필 신년 무도회

이 무도회에서 연주된 음악이 왈츠. 빈의 ‘대표 상품’이다. 1877년 빈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시작된 빈의 신년 무도회는 퇴폐적 문화라는 비난을 들을 정도로 성대하게 치러졌다. 경제가 흔들리고 물가가 치솟고, 보수 정권의 억압이 계속되던 때에 시민들의 숨구멍을 틔워주기 위한 장치였다. 사람들의 시선을 돌릴 장치가 필요하던 정부는 크고 화려한 건축에 대한 허가에도 너그러워졌다. 빈의 대표적인 공연장인 ‘무지크페라인(Musikverein)’의 ‘황금 홀’ 또한 찬란한 금빛으로 장식됐다.

22일 밤 ‘황금 홀’에서 빈필하모닉의 반주에 맞춰 성대한 무도회가 열렸다. 1월 1일 자정에 열리는 빈필의 신년음악회와 더불어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되는 행사다.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작은 사진)가 ‘왈츠의 작곡가’인 슈트라우스 부자(父子)의 작품을 연주했다. 상임지휘자를 따로 정해두지 않는 빈필은 매년 음악회와 무도회의 지휘자를 초빙한다. 카라얀은 물론 주빈 메타, 로린 마젤 등 거물 지휘자가 거쳐가는 무대다. 1월 1일의 연주회와 중순의 무도회 모두 왈츠로 채워지는 것이 특징이다.

한 해를 왈츠로 여는 빈의 시민들은 이 춤과 음악이 일 년 동안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는다. 음악회와 무도회는 전 세계에 생중계되고, CD와 DVD로 출시된다. 세계 여러나라에 즐거움과 행복을 전염시키고 있는 새해 신고 왈츠다.

글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사진 빈 AFP=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