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초등학교 선생님들, 한시간 수업에 준비는 16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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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초등학교 교사는 만능인(萬能人)인가. 6개 학년의 9개 전교과목을 지도하랴,학생들의 생활지도를 전담하랴,공문처리하랴,정신이 없을 정도다.열린교육등 교육개혁의 바람이 교실로 불어닥치지만 초등교원의 업무행정 구조는 여전하다.

이에 따라 교과전문성이 떨어지고 수업준비 부족으로 초등교육의 질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과 함께 개선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학교 현장에서 최근들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실태=최근 한국학교발전연구회 소속 서울 동답초등학교 정수원(鄭秀元)교사가 발표한 논문'초등교원의 전문성 제고방안'은 이같은 초등학교 교원의 실상과 고민을 잘보여주고 있다.

초.중등 교사의 수업부담을 살펴보면 주당 평균 수업시간은 중등이 18.9시간인데 비해 초등은 26~28시간이었다.

鄭교사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내 초등학교 교사 2백46명중 78.5%가'3~4과목 이하에만 정통하다'고 응답했다.또 77.7%가 한시간 수업을 위해 10분 정도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시간 수업을 위해 초등교사가 준비하는 시간은 불과 평균 16분이었다.

고학년 담임(54.4%)일수록 중학년 담임(38.7%)이나 저학년 담임(14.3%)보다 수업 준비시간의 부족을 느꼈다.한시간 수업당 10분 이내의 수업준비에 그치는 비율도 고학년 담임(69.5%)이 중학년 담임(57.4%)이나 저학년 담임(37.4%)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H초등학교 4학년 담임 K교사는“수업시간이 중등학교보다 무려 7시간이나 많은 여건에서 교과전문성을 기르거나 수업 준비를 하기는커녕 교사용 지도서라도 제대로 읽어보거나 지도안을 쓸 겨를조차 없이 하루하루 학생들을 지도한다”고 고백한다.

서울 U초등학교 5학년 담임 Y교사도“더욱이 수업시간이 6~7시간 가량 더 많아지는 고학년으로 갈수록 평가관리와 부적응아 지도등 아이들의 생활지도에다 매일 1~2시간에 걸쳐 공문까지 처리하려면 수업준비는 뒷전으로 밀린다”고 말한다. 특히 부장교사의 업무 부담은 정도가 더욱 심하다고 교사들은 지적한다.중등학교에서는 부장교사의 주당 수업시간이 16시간 이하지만 초등학교 부장교사는 26시간여의 수업시간을 고스란히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T초등학교 부장교사 C교사는“공문처리와 지시업무등이 부장교사에게 집중돼 있어 공문을 처리하기 위해 학생들을 자습시키는 경우도 잦다”고 말한다.

◇교육부실=이러한 전과목 교수와 생활지도.잡무처리는 초등교육이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일선교사들은 강조한다.

鄭교사는“학생들은 전문성도 없고 사기마저 떨어진 초등교사로부터 준비가 충분치않고 짜임새없는 비전문적인'적당 교육'이나 '건성 교육'을 받게 된다”고 지적한다.

이는 결국 질좋은 교육을 받을 아동들의 학습권리를 박탈하는 것과 같고 생활지도도 자연히 소홀해진다고 주장한다.

◇개선방안=鄭교사는▶전교과전담제를 폐지하고▶주당 기준수업시간을 중등수준으로 줄이고▶초과수업에 대해서는 적절한 수당을 지급하고▶부장교사의 수업시간을 감축해 초등교원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한다.이와 관련,조사대상 80.3%가 수업시간을 22시간 이하로 축소할 것을 희망했다.

鄭교사는 특히 복합교과전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복합교과전담제는 교육대학 신입생을 선발할때①1~2학년 통합교과반 ②문과반(도덕.국어.사회)③이과반(수학.자연.실과)④예.체능반(체육.음악.미술)⑤외국어반(영어등)으로 분리.선발,전공교과를 이수한뒤 전공별 자격증을 부여해 일선 교단에서 전공과목만을 가르치도록 하는 방안이다. 강양원 교육전문기자

<사진설명>

전교과 담당과 전일 생활지도,잡다한 공문처리등이 초등학교 교사의

전문성과 사기를 저하시킨다.사진은 과학실험지도 워크숍에서 교수방법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초등교원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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