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보좌관 100명 임금 동결 … 정부도 고통 분담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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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취임 연설에서 “정부는 국민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책임감을 갖고 투명하게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 날 공식업무를 개시하면서 ‘책임과 투명’의 리더십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또 오바마가 곧 쿠바 관타나모기지 내 테러 용의자 수감시설을 폐쇄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해 이르면 22일 이 명령이 발표될 것이라고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관타나모 수감시설은 명령 발표 후 1년 안에 문을 닫게 된다. 미 정부의 홈페이지도 새롭게 단장됐다. 백악관·국무부 등의 홈페이지는 지난해 대선 당시 오바마의 상징색이었던 파란색을 주된 이미지로 해서 새 장관의 얼굴 사진을 올렸다.

◆백악관서 ‘시무식’=오바마는 21일 오후 내각과 백악관 참모들이 모인 ‘시무식’ 성격의 자리에서 백악관 직원 중 고액 연봉자의 급여 동결과 로비스트 관련 제한 조치에 대한 윤리 규정을 발표했다. 그는 “각 가정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며 “선임 보좌관들이 급여 동결에 동의해 준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급여 동결 대상은 연소득이 10만 달러가 넘는 보좌관들로, 비서실장·대변인·국가안보보좌관 등 약 100명이다.

오바마는 또 “로비스트가 정부에서 일하고, 정부에서 일하다 로비스트가 되는 회전문을 닫아야 한다”며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백악관에서 일하다 로비스트로 변신하거나, 로비스트로부터 어떤 선물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랫동안 워싱턴에는 비밀주의가 횡행해 왔고, 국민에게 옹호할 수 있는 논거만 있다면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낡은 룰이 있었지만 이런 시대는 끝났으며, 나부터 개방된 새 규범을 준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곧바로 이 같은 윤리 규정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투명성과 법치가 오바마 정부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다시 말했다.

◆ 공식업무 첫날부터 강행군=조찬 기도회에 참석했다 집무실로 돌아온 후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전화했다. 집권 후 첫 번째 외국 정상과의 통화였다. 그 후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릴레이 전화통화를 했다. 오바마 부부는 오후에 백악관 내 관저에 있는 블루룸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백악관 오픈 하우스’ 행사에 참석했다. 그러곤 로런스 서머스 국가경제위원회 의장, 피터 오재그 백악관 예산국장 등으로부터 경제상황에 관해 비공개 브리핑을 받았다. 이날 미 하원 세출위원회는 오바마 정부가 미국 경제 회생을 위해 추진 중인 825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 중 3580억 달러에 대한 정부 지출을 승인했다.

잠시 휴식을 취한 오바마는 조 바이든 부통령,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제임스 존스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클 멀린 합참의장,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미 중부군 사령관이 참석한 가운데 이라크 주둔 미군 철군 방안 등에 관해 협의했다. 오바마는 회의 후 발표한 성명에서 “군 지도부에 책임 있는 이라크 철군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계획을 추가로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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