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대전2
외화 빅3
■적벽대전2 다른 시리즈와 달리 ‘적벽대전2-최후의 결전’은 관람 전에 DVD로 출시된 1편 ‘적벽대전-거대한 전쟁의 시작’을 챙겨봐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각기 독립된 내용이 아니라 한 편의 영화를 절반으로 나눈 것이기 때문이다. 1편은 전투가 벌어지기 전의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관객을 사로잡았다. 본격적인 전투가 펼쳐지는 2편은 1편 그 이상이다. 역시 우위썬 감독이다. 그는 ‘삼국지’ 4대 결전 중 하나로 꼽히는 이 드라마틱한 전투를 특유의 누아르 스타일과 스펙터클한 영상에 꽉 차게 담아냈다. 규모(제작비 800억원)에 짓눌리지 않고 이야기의 끈을 당겼다 놨다 하는 솜씨에서 이제 ‘할리우드에 화려하게 진출한 홍콩 영화감독’을 뛰어넘는 대가의 풍모가 느껴진다.
제갈공명(진청우)을 위시한 오·촉 연합군이 조조군에 맞서는 갖가지 빈틈없는 지략이 2시간이 좀 넘는 상영 시간을 좀처럼 지루할 새 없게 해준다. 허수아비가 탄 빈 배를 이용해 조조군으로부터 10만 개의 화살을 거저 얻어내는 초선차전(草船借箭),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시점을 절묘하게 예측해 대승을 이끌어내는 화공전(火功戰), 주유(량차오웨이)의 부인이자 절색인 소교(린즈링)가 혈혈단신 조조의 진영을 찾아가는 미인계 등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작전명 발키리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에서 일어난 17번의 히틀러 암살 기도에서 가장 극적인 사건으로 꼽히는 실화를 스크린에 옮겼다. 최근 영화 홍보를 위해 내한한 톰 크루즈가 히틀러 암살을 위한 폭탄을 설치하는 주모자 슈타펜버그 대령 역을 연기했다. ‘발키리 작전’은 최고지도자 유고 시 예비 병력의 행동요령을 뜻하는데, 슈타펜버그 대령과 동조자들은 “나치 친위대가 반란을 일으켜 히틀러를 암살했다”는 거짓 정보를 흘려 이것을 나치정권 전복에 이용하려고 한다. ‘유주얼 서스펙트’ ‘엑스맨’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관객 모두 결말을 알고 있는 이야기를 갈수록 조여드는 상황과 긴박한 심리묘사로 세련되게 재구성했다. 스릴러이긴 하지만 싱어 감독의 출세작 ‘유주얼 서스펙트’류를 기대했다면 낙폭이 클 영화다. 12세 이상 관람가.
관객몰이 한국영화
■과속스캔들 30대 연예인이 중3 때 이웃집 누나와의 불장난으로 낳은 딸과, 그 딸이 고1 때 실수로 가진 아들. 이 문제 많은 3대가 어느 날 한 집에서 어색한 동거를 시작한다. ‘과속스캔들’의 미덕은 이처럼 한없이 부담스러울 수 있는 줄거리를 온 가족이 낄낄대며 볼 수 있는 부담 없는 코미디로 기술 좋게 포장한 데 있다. 차태현·박보영·왕석현 3인의 호흡이 척척 맞는 연기가 650만 명을 유혹한 품질 좋은 포장지다. 2주간 ‘쌍화점’에 1위 자리를 내줬다가 개봉 7주째를 맞아 다시 정상을 탈환하는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12세 이상 관람가.
과속스캔들
■유감스러운 도시 정준호·정웅인·정운택 등 일명 ‘정트리오’가 ‘두사부일체’ 이후 재결합해 돌아왔다. 설에 개봉하는 유일한 한국 영화다. 2000년대 초반 충무로를 휩쓸었던 조폭코미디의 충실한 재연이다. 익숙해 편할지는 모르지만 ‘발견’의 새로움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15세 이상 관람가.
기선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