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설 특집] 외화 3 vs 토종 3 … 스펙터클·코미디의 ‘삼삼한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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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대전2

올 설에는 지난해 한가위 연휴보다 극장가가 더 붐빌 것으로 보인다. 경제 한파 탓에 아무래도 해외여행을 가는 이가 많이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극장가 나들이를 두 번 이상 해도 될 만큼 상영작 상차림도 풍성한 편이다. 특히 ‘맘마미아’ 한 편이 주름잡던 한가위와 비교할 때 ‘빅3’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굵직한 외화가 대목을 노린다. ‘삼국지’가 원작이자 두말이 필요 없는 연기파 배우 량차오웨이 주연의 ‘적벽대전2-최후의 결전’, 앤절리나 졸리가 아이를 잃어버린 애타는 엄마 역을 열연한 휴먼 드라마 ‘체인질링’, 히틀러 암살 음모를 기도했다 실패한 한 장교의 실화를 영화화한 톰 크루즈 주연 ‘작전명 발키리’ 등이다. 관객 650만 명을 넘어선 ‘과속스캔들’과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에도 불구하고 327만 명을 넘어선 ‘쌍화점’ 두 한국 영화도 관객몰이를 계속한다.


외화 빅3

■적벽대전2 다른 시리즈와 달리 ‘적벽대전2-최후의 결전’은 관람 전에 DVD로 출시된 1편 ‘적벽대전-거대한 전쟁의 시작’을 챙겨봐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각기 독립된 내용이 아니라 한 편의 영화를 절반으로 나눈 것이기 때문이다. 1편은 전투가 벌어지기 전의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관객을 사로잡았다. 본격적인 전투가 펼쳐지는 2편은 1편 그 이상이다. 역시 우위썬 감독이다. 그는 ‘삼국지’ 4대 결전 중 하나로 꼽히는 이 드라마틱한 전투를 특유의 누아르 스타일과 스펙터클한 영상에 꽉 차게 담아냈다. 규모(제작비 800억원)에 짓눌리지 않고 이야기의 끈을 당겼다 놨다 하는 솜씨에서 이제 ‘할리우드에 화려하게 진출한 홍콩 영화감독’을 뛰어넘는 대가의 풍모가 느껴진다.

제갈공명(진청우)을 위시한 오·촉 연합군이 조조군에 맞서는 갖가지 빈틈없는 지략이 2시간이 좀 넘는 상영 시간을 좀처럼 지루할 새 없게 해준다. 허수아비가 탄 빈 배를 이용해 조조군으로부터 10만 개의 화살을 거저 얻어내는 초선차전(草船借箭),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시점을 절묘하게 예측해 대승을 이끌어내는 화공전(火功戰), 주유(량차오웨이)의 부인이자 절색인 소교(린즈링)가 혈혈단신 조조의 진영을 찾아가는 미인계 등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체인질링 영화를 보고 손수건을 적시는 모처럼의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체인질링’이 있다. 192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하루아침에 아이를 잃어버린 싱글맘의 가슴 아리는 사연이다. 무능하고 부패한 LA 경찰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엉뚱한 아이를 엄마 품에 돌려보내고, 이에 반발하는 엄마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킨다. 이미 성공한 배우의 인생을 살았고 다시 성공한 감독으로 ‘인생 이모작’ 중인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 작품에서도 변함없이 인간에 대한 희망과 구원을 이야기하는 데 골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강인하면서도 섹시한 여전사 이미지가 강했던 앤절리나 졸리는 좀처럼 왈칵 눈물을 쏟거나 절규하진 않지만, 온 몸 가득한 슬픔을 스크린 너머로 전하며 절제된 연기의 한 모범을 보여준다. 아마도 졸리의 대표작 중 하나로 기억될 듯싶다. 18세 이상 관람가.

■작전명 발키리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에서 일어난 17번의 히틀러 암살 기도에서 가장 극적인 사건으로 꼽히는 실화를 스크린에 옮겼다. 최근 영화 홍보를 위해 내한한 톰 크루즈가 히틀러 암살을 위한 폭탄을 설치하는 주모자 슈타펜버그 대령 역을 연기했다. ‘발키리 작전’은 최고지도자 유고 시 예비 병력의 행동요령을 뜻하는데, 슈타펜버그 대령과 동조자들은 “나치 친위대가 반란을 일으켜 히틀러를 암살했다”는 거짓 정보를 흘려 이것을 나치정권 전복에 이용하려고 한다. ‘유주얼 서스펙트’ ‘엑스맨’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관객 모두 결말을 알고 있는 이야기를 갈수록 조여드는 상황과 긴박한 심리묘사로 세련되게 재구성했다. 스릴러이긴 하지만 싱어 감독의 출세작 ‘유주얼 서스펙트’류를 기대했다면 낙폭이 클 영화다. 12세 이상 관람가.

관객몰이 한국영화

■과속스캔들 30대 연예인이 중3 때 이웃집 누나와의 불장난으로 낳은 딸과, 그 딸이 고1 때 실수로 가진 아들. 이 문제 많은 3대가 어느 날 한 집에서 어색한 동거를 시작한다. ‘과속스캔들’의 미덕은 이처럼 한없이 부담스러울 수 있는 줄거리를 온 가족이 낄낄대며 볼 수 있는 부담 없는 코미디로 기술 좋게 포장한 데 있다. 차태현·박보영·왕석현 3인의 호흡이 척척 맞는 연기가 650만 명을 유혹한 품질 좋은 포장지다. 2주간 ‘쌍화점’에 1위 자리를 내줬다가 개봉 7주째를 맞아 다시 정상을 탈환하는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12세 이상 관람가.

과속스캔들

■쌍화점 유하 감독의 ‘쌍화점’은 조인성과 주진모 두 배우의 말 그대로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에 힘입어 성인 관객을 극장가로 불러내는 데 성공했다. 세 남녀의 비극적 사랑을 통해 사랑과 애욕은 백지의 앞뒷면임을 곱씹어보게 하는 그야말로 ‘진한’ 영화다. 18세 이상 관람가.

■유감스러운 도시 정준호·정웅인·정운택 등 일명 ‘정트리오’가 ‘두사부일체’ 이후 재결합해 돌아왔다. 설에 개봉하는 유일한 한국 영화다. 2000년대 초반 충무로를 휩쓸었던 조폭코미디의 충실한 재연이다. 익숙해 편할지는 모르지만 ‘발견’의 새로움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15세 이상 관람가.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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