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감독권논쟁 매듭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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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재정경제원의 금융정책실은 통화신용정책의 상당한 권한을 금융통화운영위원회및 중앙은행에 이관하는 대신 금융감독권을 금융감독위원회로 집중시키는 안을 완성했다고 한다.금융감독권의 집중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한은이 일부 감독권을 보유할 경우 중복감독으로 시중은행에 불필요한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재경원측의 이같은 주장에 대부분의 시중은행도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한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방침은 몇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첫째,중앙은행이 통화신용정책의 중심이 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며,서로의 영역다툼을 위해 주고 받을 대상은 아니다.중앙은행이 재경원이 갖고 있던 통화신용정책의 상당부분을 가져가니 재경원이 감독권을 대신 차지해야 한다는 논리는 근거가 희박하다.

둘째,총리실산하의 독립부서인 금융감독위원회에 너무 많은 권한을 집중시킬 경우 금융부라는 다른 막강한 경제부처를 만드는 꼴이 된다.감독권을 어디서 행사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도 결국 금융산업이 자율적으로 성장하는 풍토를 만드는 방향으로 귀결돼야 한다.이 점에서 재경원이나 한은이나 권한을 누가 갖느냐는 밥그릇싸움 차원에서 접근해선 안된다.

셋째,최종대출자로서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대해 최소한의 건전성감독을 하겠다는 데 대한 재경원의 반대논리는 명분이 약하다.우리 보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는 미국.독일및 영국등의 사례를 보아도 정부와 중앙은행이 감독권을 나눠 갖고 있거나 중앙은행에 귀속돼 있는 경우가 많다.최근 영국은 재경원 주장처럼 감독권을 잉글랜드은행에서 떼내려다 반대에 부닥쳐 원래대로 돌아갔다.물론 외국의 예는 참고사항에 불과하고 우리자신에 맞는 옷은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국민 대다수는 정부와 한은이 감독권을 둘러싸고 지루하게 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근본이유는 영역다툼을 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따라서 양자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만큼 대통령과 국회가 나서서 교통정리를 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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