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미술관 갤러리 콘서트 성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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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지난 7일 저녁 서울사간동에 위치한 금호미술관 3층.금호문화재단이 기획한 갤러리 콘서트의 첫 무대가 펼쳐졌다.이동식 의자 2백석을 가득 메우고도 모자라 계단에 앉은 청중들도 눈에 띄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의명(금호4중주단 리더)씨의 진행으로 피아니스트 장혜원.신수정씨가 드뷔시의'작은 모음곡',슈베르트의'환상곡 f단조',모차르트의'소나타 C장조 K.521'을 네 손을 위한 피아노 듀오로 연주했다.

갤러리 콘서트는 미술과 음악이 한 자리에서 만나는 이색 문화공간.외국에서 현대음악 연주회는 미술관의 단골손님이고 국내에서도 지금까지 삼풍갤러리와 실내악단 화음(畵音),토탈미술관과 현대음악제,국립현대미술관과 한국페스티발앙상블의 화랑음악회가 선보였다.

금호미술관의 갤러리 콘서트는 매주 토요일 저녁 도심에서 열리는 상설공연인데다 박성용(朴晟容)금호그룹 명예회장이 금호4중주단 창설,악기은행 사업에 이어 내놓은 야심작이라 더욱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이날 공연을 보면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빽빽하게 놓인 의자에 부동자세로 앉아 음악을 듣는 모습이나 연주자의 면면,관객의 구성,프로그램으로 미뤄볼 때 기존 공연장에서 늘상 접하게 되는 연주회 의식(儀式)의 반복에 불과했기 때문이다.개막연주인 탓도 있겠지만 자발적인 청중보다 주최측이나 연주자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온 청중들이 더 많은 듯했다.

음향면에서도 연주자 코앞에서 음악을 듣는 것보다 2층이나 지하에서 듣는 편이 나았다.갤러리 콘서트 나름대로의 장점을 살리려면 기존 공연장에서 느낄 수 없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어야 한다.

공연장을 무료로 개방해 관객의 접근도를 높이고 연주기회를 얻기 힘든 신인 연주자들의 데뷔무대와 더불어 국내 작곡가들의 신작(新作)초연 무대로 활용하고 프로그램도 가령 미술작품에 영감을 받아 작곡된 음악으로 꾸미는등 색다른 기획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설명>

금호미술관의 첫 갤러리 콘서트에 출연한 장혜원.신수정 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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