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만 내 장래 맡길순 없다' 직장인들 부업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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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직장에 인생을 걸 수 없는 시대다”“이제 월급에만 매달려 살 수는 없다.” 요사이 천리안.유니텔등의 컴퓨터통신 게시판에 쏟아지는 직장인들의 푸념이다.명예퇴직.감량경영등으로 중도퇴직자들이 늘어나고 한보.삼미.진로.대농.한신공영등 부도나 부도위기를 겪는 기업들이 속출하면서 직장인들의 앞날에 대한 불안감은 전에없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듯 요즘 직장인들중엔 은근슬쩍 부업.창업.전직.자격증 취득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부업.창업=모 대기업 국제영업부에 근무하는 姜(39)과장은 최근 부인과 상의해 성남시분당의 자기집 부근에 부업용 양품점을 냈다.5평 남짓한 점포 임대료는 전세금 1천만원에 월세 20만원. 취급품목은 숙녀복.아동복및 액세서리등의 잡화다.개업한지 채 1개월이 안됐지만 하루 평균 매상액은 30만~40만원대.다른 곳보다 20%가량 싸게 팔아 재미가 쏠쏠한 편이다.또 직장에 근무하면서 짬을 내 자기수준에 맞는 부동산투자나 증권.채권투자등의 재테크에 열을 올리는 샐러리맨들도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적금을 넣기보다 수천만원을 융자해 부동산에 투자하고 적금을 넣듯 이자.원금을 갚아나가는 신세대형 재테크도 늘고 있다.

한국사업연구소(02-501-0897)의 나대석(羅大錫)소장은“1천만~1억원대 밑천을 들여 부업이나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고 말한다.

한편 교보문고 창업서적코너 담당 최순애(崔順愛)씨는“불황이어서인지 직장인들이 창업.부업관련 서적을 꾸준히 사간다”고 말했다.

이밖에 중소기업은행의 창업안내 무료강좌(02-729-7270),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의 창업교실(02-569-8121),한국생산성본부의 창업강좌(02-734-6513)등에도 직장인들이 몰리고 있다.

◇전직=㈜아카데미과학의 강석안(姜錫安.39)차장은 전업에 성공한 사례.그가 지난해 10월까지 무역부장으로 몸담았던 H사는 1회용 라이터를 만들던 중소제조업체.동업사들이 중국업체들의 저가공세에 밀려 하나둘 부도로 쓰러지자 불안감에 시달리던 그는 전직을 결심했다.한국경영자총협회가 운영하는 고급인력정보센터(02-3270-7393)에 구직신청을 낸지 두달만에 그는 현재의 직장으로 자리를 옮겼다.직급은 깎였지만 월급은 오히려 20%가량 올랐다.姜차장은 전직을 생각하는 직장인들에게“비전이 안 보일때는 다른 일을 찾아보고 과감하게 일을 바꾸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경총 고급인력정보센터의 한 관계자는“지난해 문을 연 이래 현재 2천여명의 구직자가 등록되어 있다”고 전했다.

◇자격증 취득=요리사.정보처리기사등 각종 자격증 수강학원에도 직장인들의 발길이 잦다.서울방배동 소재 동경요리학원의 저녁반 강좌는 일과를 끝낸 직장 수강생들로 붐빈다.

“30~40대 직장인들이 대다수며 남자의 비율도 절반에 가깝다”고 이 학원 이미정(李美貞)실장은 소개한다.졸업반 학생들이 주로 찾던 서울종로 서울정보처리학원의 최희준(崔熙峻)교육부장은“최근 학원을 찾는 직장인 수가 30%정도 늘어났다”고 전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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