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재개발 참사] 쟁점4. 농성자들은 누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20일 새벽 서울 용산 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한강대로변 재개발지역의 한 건물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다 경찰이 강제진압에 들어가자 옥상에 설치한 고공 망루에 들어가 화염병을 들고 저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20일 서울 용산 재개발 농성자 사망사건과 관련, 화염병 시위 가담자 28명을 현장에서 연행했다. 보상금에 불만을 느낀 철거민들이 다수라고 알려졌지만 실상은 달랐다. 경찰은 “연행자 중 보상금 지급 대상인 세입자는 7명”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21명의 사람들은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 회원들이었다. 시위 참가자 중 다수가 이 지역 철거민이 아닌 ‘원정 시위대’였던 것이다. 전철연 소속 회원들이 화염병 투척 등 극렬 시위를 사실상 주도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전철연의 과격 성향은 과거 시위 현장에서 여러 차례 나타났다. 용역회사 직원들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았다. 2003년 11월 서울 동작구 상도 2동 재개발 철거현장에서 사제 총을 사용해 논란을 빚었다.

2000년에는 철거민 대책을 요구하면서 당시 여당이던 새천년 민주당사를 점거하고 화염방사기를 쏘며 무력시위를 펼쳤다. 이번 사건처럼 망루 설치도 이들의 주요 시위 방법이다. 2005년 오산에서는 망루를 설치하는 전철연 회원을 막던 용역업체 직원이 전철연 회원이 던진 콘크리트에 맞아 사망했다.

이번 화염병 시위도 전철연이 자신들의 강경 노선에 따른 것이다. 현장에서 요구 조건을 들어줄 때까지 끝까지 투쟁한다는 철저한 ‘현장 사수’ 원칙을 지킨 것이다. 동시에 이번 시위를 자신들의 목소리를 과시할 수 있는 기회로 봤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전철연은 지난해 9월부터 인접 지역인 용산 5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에서 점거 농성을 펼쳤다. 그러던 중 지난해 말 재개발 조합과 합의를 봤고, 이 지역에서 철수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전철연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과시하기 위해서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현장 사수’를 한다”며 “5구역 현장이 끝나자 또다른 현장을 찾아 4구역으로 넘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TV를 통해 본 시위자 중 임모씨와 정모씨 등은 지난해 5구역 농성에서 봤던 인물들이다”고 덧붙였다.

전철연은 현재 용산 재개발 4구역에서 활동하는 다른 철거민 단체와도 구분된다. 이 지역에서 활동 중인 민노당 용산 4구역 세입자분회는 지난해까지 주로 구청을 방문해 농성을 펼쳤다. 하지만 전철연은 재개발 현장을 떠나는 법이 없다. 민노당 세입자분회 김정기 위원장은 “사망 사건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느닷없이 왜 건물을 점거한 건지 모르겠다”며 “그렇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여보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철연 측은 "우리는 소외당한 도시빈민을 대표하는 단체”라며 "시위 참가자 전원이 지역 철거민”이라고 주장한다. 전철연을 주축으로 구성된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대책위’는 경찰 진압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전철연 소속 용산 4구역 철거민 30여 명이 19일부터 용산동 건물을 점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이 연행자 확인이나 사망자 신원을 확인조차 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모든 책임을 철거민들에게 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주영 기자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 1994년 전국철거민협의회(전철협)의 강경파들이 분리해 나오면서 만들어진 단체다. 개발 지역에 임대 주택을 지어 철거민에 영구 임대해줄 것을 주장한다. 전국의 현장에서 투쟁을 벌이고 있으나 쇠구슬 새총, 사제 총 등을 사용하는 등 과격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