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모험기업>12. 한아시스템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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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저희는 이제 회사의 틀을 갖추고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단계에 있습니다.” 통신용 네트워크장비 생산업체인 한아시스템의 신동주(申東柱.39)사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창업 5년이 넘은 지난해 매출액은 26억8천만원.직원수 51명.외형을 놓고 볼 때 이제 겨우 싹을 틔우는 단계라고 할까. 하지만 눈을 돌려 회사의 내부로 들어가보면 얘기는 달라진다.번듯한 외형보다 실속있는 내실을 지향하는 회사의'단단한 체질'을 확인할 수 있다.▶국내 최초 고속통신용 컴퓨터보드 개발▶전화선을 근거리통신망(LAN)과 연결시켜주는 터미널 프린터 서버 국내 첫 개발▶통신망 분기장치인 허브(Hub)등 일련의 통신장치 개발. 추리고 추려 간단하게 정리한 회사연혁만 들춰보더라도 한아시스템은 현재보다 미래를 설계하는 신토불이(身土不二)유망주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국(韓)의 기술과 제품으로 아시아(亞)시장을 제패하자'. 91년 7월 국내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국산화'라는 단어는 엄두도 못냈던 시절 5명의 엔지니어가 이같은 모토를 내걸고 회사를 세웠다.

처음에는 대기업의 하청을 받아 용역으로 회사를 유지하면서 개발에 힘썼다.꿈이 큰 만큼 힘든 줄 몰랐다.전직원이 퇴근을 잊고 살았다.밤샘연구 도중 기분전환을 위해 오전3시 맥주파티를 여는등 신바람나게 일했다.

그 결과 94,95년 연속으로 고속통신용 컴퓨터보드와 프린터 터미널 서버를 개발했다.모두들 깜짝 놀랐다.

고진감래(苦盡甘來).정부쪽에서 제품의 성능을 인정해줘 물꼬가 트였다.지난해 정보통신부가 구축한 전국 우편전산망에 프린터 터미널 서버를 대량 납품하면서 도약의 계기를 만들었다.

한아시스템은 지난해 미국에서 벤처기업 신화를 창조한 네트워크 장비 업체인 자일랜사와 기술협력계약을 체결했다.자일랜의 한국계 스티브 김(金潤鍾)사장은 申사장의 요청에 대해 그 자리에서'사인'을 했다.

한아시스템은 이에따라 네트워크 전 분야에 걸쳐 기술력을 높이고 장비를 개발한다는 원대한 구상을 세워놓고 있다.이를 위해 중국에 이미 시장개척용 현지 사무소를 개설했고 내년중 미 실리콘밸리에 현지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이들의 도전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하지만 한아의 젊은 전사들은 용기가 넘친다. 김종윤 기자

<사진설명>

한아시스템의 신동주사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직원들과 네트워크

장비개발에 관한 논의를 하면서 즐겁게 웃고 있다. 임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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