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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사람 죽이는 시위 언제까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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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총련(韓總聯)대학생들의 시위를 진압하던 유지웅(柳志雄)상경이 목숨을 잃은 것은 매우 불행하고도 안타까운 일이다.柳상경의 사인은 경찰의 부검결과 일단 시위대에 밀려 후진하는 페퍼포그차에 치였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그러나 이같은 사태가 발생한데는 경찰력이 무력화 될만큼 거셌던 한총련의 폭력시위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지난해 연세대사태때도 시위학생들의 돌에 맞아 전경이 목숨을 잃었는데 채1년도 안돼 또다시 희생자가 발생하는 비극이 되풀이됐으니 허탈할 뿐이다.

관계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진압경찰의 사고 재발방지는 물론 과격시위대책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진압전경이 숨지는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한총련은 경찰의 원천봉쇄에 맞서 출범식행사를 치르겠다는 입장을 꺾지 않고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더구나 한총련은 출범식 행사와 관계없이 대선자금문제와 관련해 총력을 다해 정권퇴진운동을 벌인다는 계획이어서 시위가 더욱 격렬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지금까지의 시위방식대로라면 학생들의 폭력시위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고,그렇게 되면 이번같은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우리는 언제까지 폭력시위를 고집할 것인가를 한총련에 거듭 묻지 않을 수 없다.경찰의 원천봉쇄에 대항한다는 명분으로 시위만 벌어지면 최루탄속에 쇠파이프와 화염병이 난무하고,부상자가 속출하는 가투(街鬪)아닌 시가전(市街戰)을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가.법과 질서를 운운하는게 너무 한가하게 느껴질 정도의 시위문화속에서 사망자가 나오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것이다.열차를 강제로 정차시키는 것을 서슴지 않고,진압경찰관을 포위해 무력화시키고는 방석모와 방패.곤봉 등을 전리품인양 빼앗아가는 폭력으로는 얻을 것이 아무 것도 없음을 알아야 한다.특히 여야 합의로 제정된 화염병방지법을 무시하고 시위때마다 화염병이 난무하는 사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

한총련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그동안의 시위방식을 반성하고 새로운 시위문화를 만드는데 노력하기 바란다.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부르는 악순환속에 고립을 자초할 뿐이다.지난해 연세대사태 이후 이미 그같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음을 한총련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학생운동도 그 사회의 질서속에서 이루어질 때 성과를 얻을 수 있다.일반 국민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급진적 이념과 폭력일변도의 투쟁으로는 사회일탈과 질서파괴라는 비판만 받을 뿐이다.학생운동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 이후 국민지지속에 급성장해온 시민운동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경찰의 시위진압 체계에도 근본적인 검토가 있어야겠다.아무리 돌발 사태라고는 하나 진압전경이 경찰차에 치여 숨지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은 병력운용과 상황대처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시위진압과정에서 학생들이 휘두른 솨파이프와 화염병에 부상자가 발생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사망자까지 발생했으니 답답한 일이다.

이럴 때일수록 경찰병력의 운용에 신중해야 한다.전경뿐 아니라 시위학생의 안전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혹시 동료사망에 흥분해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대응하다가 쌍방간의 희생을 늘리고 상황을 악화시키는 사태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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