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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보기>1. 서양화가 박서보화백 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화가의 집은 발을 편히 뻗을 공간보다 마음을 쭉 뻗을 공간이 더 넓다.지난해 홍익대를 정년 퇴직한 비구상 서양화의 대부 박서보(66)화백의 집(서울마포구성산동).지난 4월 완성된 이 집은 대지 1백50여평에 건축면적은 87평.이름하여 서보파운데이션이다.

하지만 1층 작업실과 지하 작품보관장을 빼면 살림공간으론 겨우 17평남짓. 이곳에 침실과 욕실,그리고 부엌이 단촐하게 자리한다.전에 살던 집에서 쓰던 큰 살림은 대부분 지하에 둘 수밖에 없다.

집에 작업실이 딸린 건지 작업실에 집이 붙어있는 건지 분간하기 힘들지만 박화백 내외는 이 집이 만족스럽기만 하단다.

박화백의 작품은 단순성과 절제의 미학을 추구한다는 미니멀리즘적 특징을 지니는데 생활 공간마저도 똑같다.문앞에서 보이는 집은 색과 곡선,장식이 빠진 대신 허옇게 노출된 콘크리트와 검은색 합판 덩어리가 전부다.집안에 들어서도 계단으로 2층에 오르기 전에는 훤히 트인 넓은 공간만 있다.작업실이다.

이곳에서 눈에 띄는 것은 천장에 이중유리를 끼워 햇빛이 자연스럽게 실내로 들어오도록 한것.실내지만 등을 켤 필요가 없다.박화백은“생전에 이곳을 작업실로 쓰고 그후에는 기념관으로 전환해 전시장을 쓸것을 미리 염두에 두었다”고 들려준다.

2층의 자그마한 살림공간은 깔끔한 소형아파트를 연상케 한다.특징이 있다면 작업실을 향해 크게 낸 유리창문.1층 작업실이 훤하게 내려보여 좁다고 여겨질 거실을 시각적으로 넓게 보이도록 했다.

거실안쪽 안방에는 원목침대 둘을 짜 넣었고 장롱등 가구를 없앤 대신 작은 옷방과 화장실을 면하도록 했다.

침실위 천장에도 이중유리를 끼워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해 밝은 분위기내기를 잊지 않았다.

살림공간에 쓰인 색은 나무색과 흰색이 전부.온돌마루와 침대.원목테이블등 나무로 만든 것은 자연색을 살리고,매입등으로 달아놓은 조명부터 벽까지는 모두 흰색으로 해 깔끔하게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90평 벽돌 2층집에 살다 방 하나에 부엌 달랑 있는 이곳으로 이사를 하려니 막상 망설여지더군요.그런데 오히려 아내가 살림 욕심을 접어두며'청소하기도 힘든데 잘 됐다'는 핑계로 이사가자고 나를 설득하더군요.”박화백은 이집에서 살게 된 공을 은근히 아내에게 돌린다. 신용호 기자

<사진설명>

단순미가 강조된 침실.천장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이 일품이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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