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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지방공단에선>기로에 선 대구성서공단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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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돈구하러 다니느라 회사일 할 시간이 없다”.“문닫고 업종전환하는 업체가 수두룩하다.”장기화하는 불황과 만성적인 자금난 속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중소기업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최근 경영난에 시달리는 지방 중소기업의 실상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등을 주요 지방공단 현장취재를 통해 살펴본다. 편집자

5월30일 오후3시 대구시 성서공단 10블록의 갈산동358번지. 이곳에 있는 13개 업체 가운데 3개 업체의 철책 대문이 굳게 닫혀있고 공장 건물에도 셔터가 내려져 있다.덕운산업등 2개 업체는 부도가 났고,I섬유는 부도를 면하기 위해 휴업중이다.덕운산업의 대문에는 가압류 딱지가 을씨년스럽게 붙어있고 휴업중인 회사에도 드나드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다른 업체 역시 활력이 떨어진 모습이다.이 골목에 있는 E사의 경우는 지난 4월30일부터 실에 풀을 먹이는 사이징 공정 라인 2개를 세워놓고 제직기만 돌리고 있으며,바로 옆의 K사도 지난 1월말부터 제직 라인을 세운 상태. E사 관계자는“사장이 기계등을 팔려고 내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섬유산업의 본고장으로 일컬어지는 대구시의 6개 공단 가운데 가장 알짜배기 업체들이 입주했다는 이 공단이 세집 건너 한집꼴로 회사문을 닫고 있고,입주업체중 절반 정도가 조업을 단축하고 있는 셈이다.이 곳의 섬유직물.염색업체들이 기본적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는데다 최근의 경기불황까지 겹쳐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들이 많다.

대구 경제의 기적을 이룬다는 기대를 안고 84년부터 대구시달서구 갈산.신당.이곡동등 3개동 3백8만평에 조성된 성서공단이 시들시들하고 있는 것이다.공단에 입주해 있는 서륭산업의 윤기룡(尹起龍)사장은“회사 문을 닫고 싶어도 은행빚과 어음결제,직원들의 퇴직금문제 때문에 할 수 없이 버티는 업체들이 많다”고 전했다.

성서공단 관리공단측에 따르면 1천93개 입주업체(섬유 3백45,기계금속 4백73개등)가운데 지난해 1월 이후 5월말까지 47개 업체에서 부도가 났으며 1백개 이상이 휴업중이다.

60년대 이래 대구 경제를'떠받쳐온'섬유산업은 93년 이후 고속직기가 늘어나면서 생산량이 급증했으나 95년부터 주력시장인 홍콩(전체의 25% 차지)의 수출이 줄어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대구 섬유수출은 이 때문에 올들어 4월까지 전년동기비 2%가 준 15억3천5백만달러에 머물렀다.

대구시는 이에 따라 산업의 중심축을 섬유에서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기계와 전기.전자로 옮기는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전통적인 섬유도시를 부가가치가 높은 자동차.기계 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대구시에서 산업구조조정 실무를 맡고 있는 배광식(裵珖植)경제정책과장은“94년 성서공단에 터를 잡은 삼성상용차가 올해말부터 트럭등 완성차를 생산하면 우선 부품업계부터 숨통이 트여 파급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이영렬 기자

<사진설명>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대구 섬유업계에 공장이 가동을 멈추거나 부도로 건물에 가압류 공고가 붙은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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