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총재 강공.김대중 총재 신중론 유지- YS 압박 나서는 두金씨 속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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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선명한 자민련''신중한 국민회의'라는 이상현상이 벌어지는 가운데 야권의 김영삼(金泳三)대통령 압박작전이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이름하여 퇴진투쟁이라고는 하지만 양당간 지향점은 다르다.양당이 金대통령의 퇴진에 목을 매달았다기보다 그런 투쟁을 통해 올해 대선에서 여권을 한껏 흔들겠다는 것이 진짜 속셈이며 그 점에선 이해를 같이 한다.

金대통령의 퇴진투쟁에 대해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김종필(金鍾泌)자민련 총재는 5.30 대통령담화 전까지만 해도“거기까진 원치 않는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먼저 칼을 뽑은 건 김종필총재다.퇴진투쟁과정에서 정국주도권을 거머쥐고 내친 김에“92년 대선자금에 관한한 김대중총재와도 차별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해 끝까지 대선에 임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총재는“여론이 하야까지 요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신중론을 펴고 있는데 대선자금문제로 金대통령이 퇴진하면 92년 선거의 라이벌이었던 자신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고려를 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민련 김종필총재는 지난주말 서울시 전역에서 벌어진 한총련(韓總聯)대학생들의 시위상황을 체크했다.학생시위라면 알레르기적으로 거부반응을 보여온 그로선 이례적인 일이다.특히 그들의 구호인'대선자금 공개 않는 김영삼은 퇴진하라'에 관심을 기울였다고 한다.그는 또 2일 오전 전국의 2백여 지구당위원장회의를 긴급 소집했다.이 자리에서 자신의'중대결심'을 밝히겠다고 했는데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긴박하게 이어진 당3역및 간부회의를 따라가보면'정권퇴진투쟁'으로 연결될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金총재의 결심이 서자 김용환(金龍煥)사무총장.이동복(李東馥)비서실장등 전형적인 온건파들이'퇴진투쟁 논리개발'에 나섰다.TK(대구.경북)의 정서를 반영해 강경론을 펴온 이정무(李廷武)총무의 역할도 눈에 띄게 강해졌다.

자민련의 논리는 이렇다.“현직 대통령 퇴진이 헌정중단이 아닌데다 12월까지 金대통령의 국정공백으로 국민의 불안을 방치하느니 빨리 새대통령을 뽑아 국정을 새로 가다듬자”는 것. 아무래도 金대통령의'중대결심'이 나와 정국의 극적인 변화가 이뤄지는 시점까지 자민련의'선명투쟁'은 그대로 갈 것같다.

…국민회의 김대중총재는“여론을 더 두고봐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김종필총재가 '대통령 하야'를 직접 거론하고 나선 것과는 달리 아직은 온건론쪽이다.

金총재측은 YS가 상황을 오판했다면서도 아직은 여야간 극한 투쟁을 반대하는 여론도 상당히 있다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자신이 강경투쟁의 전면에 나설 경우 지금까지 쌓아온 보수.안정 이미지를 해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박지원(朴智元)총재특보는“아직 국민여론이 대통령 하야를 직접 요구하는 단계는 아니지 않느냐”며 “한총련 시위,교수들의 잇따른 시국성명등으로 담화정국에 불이 댕겨진 상황에서 金총재마저 강경투쟁을 주도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빠져들 것”이라며 시국이 수습불능 사태로 빠져드는 것을 경계했다.

그러나 자민련이 퇴진운동을 고집해 金총재의 최종결심이 주목된다.반독재 8인위원회.합동의총등을 통한 원내투쟁을 거쳐 金총재가 강경노선으로 돌아설지가 관심사다. 전영기.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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