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지리산 반달곰들 겨울잠 자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지리산 반달가슴곰이 겨울잠을 자고 있는 토굴의 모습.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추위가 계속되면서 지리산 반달가슴곰이 겨울잠에 들어갔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지리산에 방사한 반달가슴곰들이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지난해 12월 27일부터 한 마리씩 겨울잠에 들어가 16마리 중 15마리가 겨울잠을 자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나머지 한 마리도 깊은 잠에 빠지지 않았을 뿐 움직임이 크게 둔해져 조만간 완전한 동면에 들어갈 것으로 복원센터는 예상했다.

올겨울 반달가슴곰의 동면 시기는 예년과 비슷하다. 유난히 따뜻했던 지난해 겨울에만 예년보다 늦어져 2월 13일 동면에 들어갔다.

2007년에 태어난 2년생 어린 곰들은 처음 방사한 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잠들었고 3년 넘은 곰들은 지리산 전역을 누비다가 눈에 띄는 굴을 찾아 들어갔다. 곰들은 예년처럼 주로 썩은 나무둥치 속이나 바위굴에서 동면하고 있다. 올해는 곰 한 마리가 토굴에서 자고 있다. 토굴 동면은 이번이 처음이다. 복원센터 양두하 박사는 “토굴 입구 지름은 80㎝ 정도였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 넓었다”며 “원래 있던 토굴인지 곰이 새로 판 것인지는 동면이 끝난 봄에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 박사는 “곰이 외부 자극을 받으면 잠에서 깨 활동을 시작한다”면서 “이런 일이 생기면 에너지가 부족해 위험해지기 때문에 탐방객들이 지정된 길만 이용하고 소음을 내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동면에 들어간 곰들은 보통 3월 말~4월 중순에 깨어난다. 지리산에는 2004~2007년 러시아 연해주와 북한에서 들여온 반달가슴곰 26마리가 방사됐으며 16마리가 자연 상태로 살고 있다. 나머지 10마리는 죽거나 실종됐고 일부는 야생 적응에 실패해 포획·회수됐다.

강찬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