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모임>주부 하모니카 모임 '영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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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하모니카도 불면서 가끔씩 옛 추억도 떠올려가며 사는게 멋있는거 아녜요?” 하모니카를 배우며 스트레스도 해소하는 주부모임 영텐회원들의 한 목소리.30대에서 50대까지의 주부 10명이 자칭'젊은이 10명'이라는 뜻의 영텐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1주일에 한번씩 하모니카를 분다.이들이 처음 만난 것은 94년4월.학창시절의 꿈이 담긴 하모니카를 뒤늦게나마 익히려고 서울구로구청 주부하모니카교실을 찾았던 이들은 4개월의 짧은 교육이 끝나자 더 배울 욕심으로 의기투합한 것.이들은 먼저 한국하모니카의 대부로 불리는 이혜봉 회장(한국하모니카연맹)을 찾아가 스승이 되어 줄 것을 부탁했다.李회장은 이 주부들의 성의가 마음에 들어 가르치기를 허락했고 그러기를 3년째. 李회장은“여러 모임을 가르쳐 봤지만 영텐처럼 강의시간 잘 지키고 의욕이 강한 주부들은 처음이에요.실력도 만만치 않아 이젠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설 정도구요”라며 주부들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영텐은 벌써 4년째 양로원등에 위문공연도 다녔고 지난해 2월에는 소록도 위문공연까지 가졌다.그리고 지금은 내년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하모니카 국제경연대회 참가를 목표로 연습에 열을 올리고 있다.

회원 가운데는 자녀들의 학교에서 명예교사로 나설 때마다 숨겨놓은 비장의 무기(?)인 하모니카 솜씨를 학생들에게 전수해 주곤 하는데 회원 박우미(38.경기도안양시비산동)씨의 경우에는 10여명의 초등학생들에게 하모니카를 가르치는 음악교사로까지 활동하고 있을 정도.총무 김영란(38.서울시구로구구로1동)씨는“집안일 하랴,하모니카 배우랴 바쁜 탓에 몇번이나 모임이 해산될 위기를 맞은 적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서로서로 붙잡아줘 모임이 지금까지 지속될 수 있었다”고.“가끔'가을편지'나'향수'같은 가요를 남편에게 들려주면 무척 만족스러워 해요.”“아무리 생각해도 하모니카 배우기를 잘했다”는 金총무의 말이다. 신용호 기자

<사진설명>

매주 토요일 오전 서울종로구 한국하모니카연맹에서 모임을 갖는 영텐

회원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하모니카 연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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