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과 대박 ‘두 번째 주 입소문’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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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을 타고 관객 동원 600만 명 고지를 가볍게 정복한 차태현(左) 주연의 ‘과속스캔들’.

최근 600만 관객을 동원해 한국 코미디 영화 흥행 1위 기록(‘미녀는 괴로워’, 662만명)을 넘보고 있는 ‘과속스캔들’. 이 영화의 관객 동원 추이를 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개봉 첫 주부터 4주 째에 이르기까지 주별 관객 수가 계속 늘어났다는 점이다. 첫 주 76만8000명, 둘째 주 99만3000명, 셋째 주 109만7000명, 넷째 주 135만9000명 순이었다. 5주 째에 96만2000명이 들어 다소 줄긴 했지만 첫 주 성적보다는 19만4000명이나 많은 숫자여서 극장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지금껏 극장가의 흥행 상식은 첫 주에 관객이 확 몰렸다가 2, 3주째에는 뚝 떨어지는 것. 스크린 수를 최대한으로 확보하는 대규모 개봉(와이드 릴리즈), 개봉 첫 주말에 물량을 집중하는 ‘몰빵’식 마케팅 전략 때문에 아무래도 기존 개봉작들이 신규 개봉작에 관객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전주 대비 관객감소율인 일명 ‘드롭률’은 흥행작이라고 하더라도 보통 2주차에는 평균 40∼50%를 기록한다. 상당수의 영화가 첫 주에 ‘반짝 흥행’하고 사라지는 게 다반사다. 그런데 최근 ‘과속스캔들’을 비롯해 2주차에도 관객 수가 줄지 않거나 낮은 드롭률을 자랑하는 영화들이 잇따라 장기흥행하면서 극장가 흥행 판도를 새롭게 짜고 있다.

◆마(魔)의 2주차? 우리는 예외=지난해 12월 개봉한 짐 캐리 주연 코미디 ‘예스맨’의 첫 3주 성적표를 보자. 1주차(12월 17일∼22일)에 26만9000명, 2주차(23∼29일)에 41만 명, 3주차(12월 30일∼2009년 1월 5일)에 34만 명이 관람했다. 첫 주보다 둘째 주와 셋째 주에 온 관객 수가 더 많은 기현상이다. 박스오피스 순위도 5위→4위→4위로 상승했다.

지난해 외화 흥행 1위를 차지한 ‘맘마미아’도 뒷심을 과시한 대표적인 경우다. 1주차 관객(84만 명)보다 2주차 관객(116만7000명)이 더 많았다. 3주차에도 68만1000명이나 봤다. 역시 첫 주 성적과 비교할 때 별로 처지지 않는 수치다. 박스오피스에서도 3주 연속 2위에 머물렀다 4주차에 1위를 하는 드문 결과를 연출했다. ‘맘마미아’는 9월 개봉해 지난해 말까지 15주 이상 롱런하며 460만 명을 동원했다.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디파이언스’(8일 개봉)도 155개였던 스크린 수가 2주째로 접어든 15일 162개로 늘어났다.

◆입소문 확산·평일 관객 증가·관객층 확대=2주차에도 관객 수가 줄지 않거나, 그 이후에도 드롭률이 낮은 첫째 이유로 영화 관계자들은 ‘입소문’의 위력을 꼽는다. ‘과속스캔들’을 투자·배급한 롯데엔터테인먼트 임성규 과장은 “ 개봉 전부터 6만명 대상 시사회를 여는 등 철저한 입소문 마케팅에 의지했고, 이것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입소문 마케팅이 일단 궤도에 오르면 평일 관객 수가 월등히 많아진다. ‘맘마미아’는 3주차까지 평일 관객이 하루 5만 명 들었다. 7주차에 접어든 ‘과속스캔들’의 평일 관객 수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가족이나 중장년층 등 관객층이 넓어지는 것도 구전 마케팅의 효과 중 하나다.

영화예매사이트 맥스무비에 따르면 ‘과속스캔들’의 예매층은 20대에서 30대로 서서히 변화를 보여왔다. ‘맘마미아’ 배급사인 UPI 송현정 대리는 “처음에는 젊은 관객들이 오다가 입소문이 퍼지면서 점차 엄마와 딸 등 가족 관객, 영화를 2회 이상 보는 재관람 관객이 늘었다”고 말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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