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스페인 경제, 개혁 힘입어 호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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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스페인 경제가 한창 활황세를 타고 있다.최근 마드리드증시의 주가는 연일 신기록을 세우고 있으며 민영화된 기업들은 리스트럭처링과 해외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스페인의 경제성장률은 2.2%로 유럽연합(EU) 국가 평균인 1.5%보다 높았다.올해 성장률은 2.7%로 예상되며 물가상승률은 29년만에 최저기록인 2%선을 유지하고 있다.

3~4년 전과 비교해 본다면 최근의 스페인 경제는 기적적으로 회생했다고 말할 수 있다.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과 세비야세계박람회가 끝난뒤 기다리던 것은 긴 경기후퇴였다.93년 약 9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졌고 92년부터 95년까지 3년 사이 페세타화(貨)는 네번이나 평가절하됐다.

96년 5월 사회당정권을 물리치고 집권에 성공한 아즈나르 총리는 공기업의 민영화등 과감한 시장지향적 개혁에다 재정적자 축소,통화안정,저금리정책등을 추진했다.

아즈나르는 공무원들의 임금과 공공투자 14억달러를 삭감한 것을 포함한 각종 조치들을 단행,국내총생산(GDP)대(對) 재정적자비율을 95년 6.6%에서 지난해 4.4%까지 떨어뜨리는데 성공했다.올해는 유럽통화협약 기준인 3%까지 낮추는 것이 목표다.

또 과감한 민영화조치와 경쟁원리의 도입은 건설과 조달부문등에 심각한 타격을 주기는 했지만 많은 스페인 기업들의 체질을 강화시켰다.20년전부터 섬유를 생산해온 코르텔피엘사는 국내를 벗어나 EU로 진출하고 있으며 국내전화시장을 독점했던 텔레포니카는 민영화 이후 남미까지 시장을 확대했다.

그러나 스페인 경제에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노동시장.연금제도.의료보험등 그동안 등한시했던 구조적 문제의 해결이 커다란 과제로 남아있다.

현재 스페인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실업률은 22%로 EU 국가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지하경제가 활성화돼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사회당 집권아래서 노동규약들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었다는데도 원인이 있다.이 때문에 스페인정부는 고용계약 기간을 늘리는 대신 퇴직금을 삭감하고 일시해고 기준을 완화하는 쪽으로 노사간 합의를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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