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재·보선 여당 참패] '김혁규 카드' 재검토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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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장(左)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6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제49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열린우리당의 재.보선 참패로 인해 여권은 복잡한 상황변화를 맞게 됐다. 우선 총선 승리 50여일 만에 맞은 참패라는 점에서 당 지도부의 책임은 불가피해 보인다. 동시에 노무현 대통령은 싫든 좋든 열린우리당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이런 가운데 김혁규 전 경남지사가 총리 후보 지명을 고사함에 따라 노 대통령의 최종 결론이 주목된다.

◇김혁규 카드 어떻게 되나=6.5 재.보선 영남권 참패로 총리지명 문제는 새 국면을 맞게 됐다. 김 전 지사의 총리 후보 지명 고사에 대한 노 대통령의 반응이 알려지지 않고 있어, 총리 교체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청와대 핵심인사는 "김 전 지사가 그 같은 뜻을 밝힌 것과 대통령이 수용하느냐는 문제는 별개"라며 "김 전 지사가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의사는 이미 몇차례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도부 책임론 부상=열린우리당은 6일 오전 신기남 의장 주재로 상임중앙위원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회의 후 신 의장의 공식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임종석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지도부가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지만 방법에 있어 고민과 혼란이 있는 것 같더라"고만 했다.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신 의장이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청취 중"이라고만 덧붙였다.

그러나 당내 기류는 심상찮다. 한 초선의원은 "지난번 창당이 총선용이었다면 이제 백년을 바라보는 진짜 창당을 해야 한다"면서 "하루가 급하다"고 말했다. 결국 '7월 전당대회론'은 곧 가시화될 같다. 당내 역학구도는 전면 재조정될 수밖에 없다. 여권 핵심인사는 "당권파의 입지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 "전당대회를 통해 열린우리당 내 여러 세력의 헤쳐모여가 시작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당.청관계 변화 예고=청와대는 이날 선거결과에 대한 공식논평을 내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국 규모의 선거도 아니고 노 대통령이 나선 것도 아니므로 그 결과를 대통령과 결부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그 속엔 묘한 기류가 흘렀다. 한 인사는 총선 후 최근까지 불거졌던 당.청 간의 갈등을 거론하며 "열린우리당은 더 늦기 전에 그들의 정체성과 뿌리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심각하게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노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집중하면서 열린우리당과의 관계는 분명한 선을 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지난번 당.청회의에서도 대통령이 정쟁에 휩싸이지 않고 행정부 수반으로서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며 "조만간 그 같은 언급의 취지를 재차 강조하는 기회를 마련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수호.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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