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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한화 이글스 정민철, 노히트 노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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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정민철(25)은 등뒤의 전광판을 한번 더 쳐다보고 심호흡을 했다.상대 OB의 공격을 알리는 난에 점수.안타 모두'0'이 선명하게 들어왔다.'전에 던진 공은 어깨에 힘이 들어가 높았었지…'로진을 한번 만진뒤 포수의 사인을 본 다음 천천히 와인드업했다.

손끝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OB 김민호의 방망이가 허공을 갈랐다.삼진-.노히트 노런이라는 대기록이 달성되는 감격적인 순간이었다.정은 주먹을 불끈 쥐고 뛰어나오는 포수 강인권을 얼싸안았다.관중석의 함성소리가 귓가에 윙윙거렸다.

한화 정민철이 프로야구 통산 아홉번째(한국시리즈 포함 열번째)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다.

정은 23일 대전에서 OB를 상대로 8회 1사까지 퍼펙트게임을 진행하다 포수의 패스트볼로 딱 한명의 주자를 내보내 아깝게 노히트 노런에 만족해야 했다.무4사구의 노히트 노런.역대 노히트 노런 가운데 가장 완벽한 기록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내용이다.

정은 이날 선두 김민호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무안타 무실점의 행진을 시작해 28타자를 상대로 삼진 8개,플라이아웃 12개,내야땅볼 8개로 경기를 마무리했다.아웃카운트가 28개가 된 것은 유일하게 출루한 심정수(8회)가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후 포수의 패스트볼때 1루를 밟았기 때문. 8회 1사후 정은 심정수를 헛스윙으로 유도,삼진을 시켰으나 포수 강인권이 뒤로 빠진 볼을 파울볼인 줄 알고 따라가지 않아 출루를 허용했다.

강이 볼을 따라갔다면 국내 프로야구 최초의 퍼펙트게임이 나올 뻔했으나 허망하게 대기록이 무너지고 말았다.

정은 아쉬움에 기나긴 한숨을 내쉬었으나 곧 마음을 가다듬고 후속타자들을 차례로 처리해나갔다.

이날 정이 던진 투구수는 모두 1백4개.타자와의 씨름도 6구까지가 최다였다.

이렇다할 실랑이없이 깨끗하게 경기를 마무리한 것이다.

올시즌 거듭되는 역전패와 무기력한 경기로 깊은 수렁에 빠졌던 한화는 이날 정민철의 쾌거로 숨통이 틔었다. 이태일 기자

<사진설명>

정민철이 9회 OB의 마지막 타자 김민호를 삼진으로 처리,노히트 노런의 대기록을 세우는 순간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하고 있다.작은 사진은 정민철이 이선희 투수코치와 껴안고 기쁨을 나누는 모습. [스포츠조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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