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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손가정 6만 가구 육박 … 10년 새 65% 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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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전남 광양시에 사는 미영(10·여·가명)이는 일곱 살 때 엄마가 가출한 후 부산에서 아빠와 살았다. 지난해 중순 아빠의 사업이 망하면서 광양 할머니 집으로 왔다. 할머니는 폐지 줍기, 목욕탕 청소 등을 하며 하루 종일 일을 하지만 손녀에게 들어가는 돈을 대기가 벅차다. 아빠가 있기 때문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될 수 없다. 미영이가 조르는 통에 어렵게 영어학원에 보내지만 최근 폐지 값이 내려 포기해야 할 형편이다.

해체된 가정의 아이에게 할머니는 마지막 피난처다. 경제위기로 이혼이 증가하고 한쪽 부모가 애를 기르다가 생활이 어려워지면 할머니에게 맡긴다. 요즘은 이혼과 동시에 부모가 양육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외환위기 이후 이혼율의 증가와 더불어 조부모와 손자·손녀가 함께 사는 조손가정이 꾸준히 늘었다. 2005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조손가정은 5만8101가구다. 첫 조사를 한 1995년 3만5194가구, 2000년 4만5224가구에서 꾸준히 증가해 10년 동안 65.1% 늘었다.

조부모는 대개 준비 없이 아이의 양육을 떠맡게 된다. 저소득층이 대부분이라 경제적 여유도 없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07년 조손가정 600가구를 설문 조사한 결과 이들 중 82%는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에 못 미쳤다. 10가구 중 6가구는 정부 지원금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다. 또 아이들을 맡은 조부모의 80%는 최종 학력이 초등학교 졸업이었으며 아이를 돌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일부 조부모(1.5%)는 돈이 없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할머니 밑에서 성인이 되면 다행이지만 중간에 할머니가 사망하면 아이들은 중심을 잃어버린다. 경남 마산에 사는 상진(17·가명)이는 다섯 살 때 부모가 이혼한 뒤 외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충격이 컸지만 할머니를 엄마처럼 의지했다. 할머니의 보호를 받으면서 잘 자랐다. 하지만 초등학교 4학년 때 할머니가 뇌졸중으로 갑자기 돌아가시자 상진이는 보호자를 잃었다. 부모와는 연락할 방법을 몰랐다. 상진이는 보육원에서 7년가량 지내다 가출했다. 학교는 고등학교 1학년을 마지막으로 자퇴했다.

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조손가정에서 양육되는 아이의 친부모 중 53.4%는 행방불명·사망·재혼 등으로 아이의 양육을 완전히 포기한 상태였다. 실제 조사 대상 조부모의 88%는 ‘아이들을 끝까지 뒷바라지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고 답했다.

여성정책연구원 김혜영 박사는 “조손가정은 부모가 자녀를 기르는 데 필요한 지원이 부족해서 생긴다”며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만 가족의 재해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안혜리·김은하·강기헌·김진경 기자, 임윤주 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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