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1세기 미국 안보전략과 한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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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정부는 19일 두가지 주목할만한 문서를 공개했다.백악관의'새로운 세기를 위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와 국방부의'4개년 국방전략 보고서'다.두가지 보고서 모두 21세기에 들어서도 필적할 상대가 없는 유일한 초강대국 미국의 글로벌한 전략비전을 담고 있다.

이 두 문서중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국방부의 국방전략 보고서다.냉전구도가 깨지고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국방예산을 비롯한 병력.군의 편제.작전개념등 전반적인 국방정책에서 근본적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돼왔기 때문이다.그러나 이 보고서는 2015년의 안보정세까지 개략적으로 전망하고 있으면서도 전략이나 정책면에서 크게 변화할 가능성은 내비치지 않고 있다.

변화가 없다는 면에서는 한반도와 관련된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다.두개의 위험지역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동시에 미국이 개입해 승리로 이끈다는'윈윈 전략'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한때 이 전략의 비효율성을 이유로 이번 4개년 전략보고서에서 수정가능성이 거론돼왔던 점에 비춰'윈윈 전략'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우리로서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한반도와 중동(中東)을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상정하는 이 전략이 그대로 존속되고 있음은 계속 우리가 군사적 긴장상태에서 살아야 한다는 상황을 전제로 하고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국의 군사적 인식과 아울러 두드러지는 점은 북한의 생화학무기에 대한 우려와 경고다.미국 백악관과 국방부의 보고서 모두 한반도에서 북한의 생물.화학무기의 위협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특히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은 보고서에 대해 브리핑하면서“화학무기 공격을 받을 수 있는 나라로 한국을 들 수 있다.미국은 그동안 북한의 화학무기 공격능력을 과소평가해 왔다”고 말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의 화학무기를 과소평가한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따라서 이같은 미국측의 전략판단은 강력한 군사적 억지력과 안보태세강화를 지속해 나간다는 우리측 판단과도 일치하는 것이며,특히 북한 생화학무기에 대해 더욱 경각심을 갖고 대비할 필요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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