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방화범에 1억 건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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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3일 오전 6시51분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인근에 있는 봉대산(해발 183m·450여㏊)에 자그마한 산불이 발생했다. 43분 만에 진화됐고 피해액도 11만8000원으로 임야 0.04ha를 태워 해송 80여 그루를 잃은 게 전부다.

하지만 울산시·경찰·시민들은 “봉대산 다람쥐의 악몽이 되살아났다”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봉대산 다람쥐는 2005년 12월~이듬해 1월 사이 봉대산 일원에서 반경 2~3㎞ 이내를 뱅뱅 돌며 잇따라 산불을 내면서도 꼬리가 잡히지 않은 범인을 지칭하는 별명이다.

울산시에 따르면 이날 산불도 5년 전 상황과 흡사했다. 산불방재기간이 시작된 이래 벌써 여덟 번째다. 매번 피해 면적은 0.02~10ha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2월 6, 7, 11, 20, 30일과 올 들어 9, 10, 13일로 계속 이어진 것이다. 발생 장소도 모두 봉대산 꼭대기에서 반경 1㎞ 이내에서 숨바꼭질하듯 벌어졌다.

울산시와 동구청은 ‘봉대산 다람쥐’ 색출을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평일은 산불감시원과 공익근무요원 등 75명, 주말에는 동구청 직원의 절반에 가까운 203명이 참여해 순찰을 돌고 있다. 매일 5인 1조의 24시간 매복조 7개 팀도 운영하고 있다. 경찰도 9일부터 봉대산 다람쥐 수사전담반을 가동하고 있지만 아직 범인의 흔적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비슷한 장소에서 수백 명의 감시망을 피해 산불이 거듭 발생하는 데다 담배꽁초나 휴지 등 방화범 추적을 위한 단서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점으로 미뤄 산불감시원 자리에서 밀려난 사람이나 사회 불만 세력의 지능적 방화로 보고 있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봉대산에 연기만 보여도 헬기를 띄우고 막대한 감시·진화 인력을 동원하는 바람에 이대로 가다간 행정적·경제적 낭비가 수십억~수백억원에 이를 수도 있다”며 “현재 최고 3000만원인 방화범 검거 현상금을 1억원으로 올리는 등 특단의 조치로 반드시 범인을 색출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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