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대기업 유동성 면밀히 모니터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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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중견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내비치는 발언을 했다. 경기 침체 속도가 빨라지면서 ‘옥석 가리기’가 시작된 건설·조선업체에 이어 중견 대기업의 자금 사정이 나빠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전 위원장이 이 같은 말을 하면서 일부 그룹을 실명으로 언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 위원장은 1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이슬람금융 세미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중견 대기업의 유동성 문제도 산업은행 등이 그룹사별로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상반기 경기 침체 과정에서 부실이 발생할 경우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견 대기업’의 개념에 대해 그는 “동부·두산 등과 같이 거대 기업집단이 아닌 그룹을 칭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2월 내부자료에서 자금난을 겪고 있는 A그룹에 대해 채권단이 신규 지원 여부를 즉각 검토하고, B그룹에 대해선 ‘잠재 부실 위험이 높은 기업’이므로 주채권은행이 자금 흐름을 주시해야 한다고 한 적은 있지만 당국자가 공개석상에서 실명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위 대변인실은 “전 위원장이 중견 대기업에 대한 모니터링 필요성을 말한 것이며, 일부 기업을 특정해 말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날 두산그룹은 해명자료를 내고 “두산주류 등의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오히려 새로운 사업기회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이 회사 관계자는 “전 위원장의 발언으로 불필요한 억측이 꼬리를 물고 있다”며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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