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경영권 분쟁중 전환사채발행 무효' 한화종금 향방 새 국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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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차전에서 한화그룹의 판정승으로 끝났던 한화종금 인수.합병(M&A)공방이 2차전에서는 2대주주인 박의송(朴宜松) 우풍상호신용금고회장 측에 유리하게 전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서울고법 민사20부(재판장 李勇雨부장판사)는 13일 우풍 朴회장이 한화종금을 상대로 낸'전환사채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신청'항고사건에서'회사측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발행한 사모 전환사채(CB)는 무효'라는 판단을 내렸다.지난 2월6일 서울지법 결정을 정면으로 뒤집은 셈이다.한화는 지난 1월 朴회장 측이 M&A를 시도하자 4백억원 규모의 사모CB를 발행했는데,이것이 곧바로 주식(전체의 17%에 해당하는 1백74만주)으로 전환돼 한화가 경영권을 방어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었다.

재판부는 또 朴회장이 김승연(金昇淵)한화그룹 회장등 3명의 한화종금 이사를 대상으로 낸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에 대해“사모CB발행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해 중립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들의 직무집행을 본안소송 판결때까지 정지시켰다. 재판부는 그러나 전환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시켜 달라는 朴씨 측의 가처분 신청은“그럴 경우 한화종금 경영권이 자동적으로 朴씨에게 넘어갈 수도 있어 최종 결정을 본안재판 이후로 미루는 것이 타당하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경영권 분쟁상황에서 기존 지배세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전환사채를 발행,우호세력에게 배정한 것은 발행경위.방법.결과등을 종합해 볼 때 전환사채제도의 남용이며 사실상의 신주발행으로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한 위법행위”라고 밝혔다.이에 따라 한화종금 경영권 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그러나 이번 결정에도 불구하고 오는 28일로 예정된 한화종금 정기주총에서 경영권이 전격 교체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朴씨측은 이날 법원결정 직후 “사모CB가 편법발행되는 관행을 막고 소액주주를 위하는 경영민주화에 도움이 되는 결정으로 높이 평가한다”면서“가처분신청과 함께 내놓은 1심 본안소송의 재판기일이 속히 지정되도록 신청해 하루빨리 법원의 최종판단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또 임시주총 소집을 별도로 요구,경영진 교체등을 본격적으로 시도할 계획이다.

한편'다 이긴 게임'이라고 안심하고 있던 한화그룹은 이번 결정에 상당한 충격을 받고 있다. 한화그룹 문화실 이경재(李炅在)상무는“이사 3명의 직무가 정지됐지만 임원을 추가선임하지 않고 남은 3명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면서“사모CB발행의 적법성은 원 결정에서 한번 검증받았기 때문에 본안재판에서도 승리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업계에서는 법원이 사모CB 발행은 무효화하면서도 의결권 행사금지 신청을 기각함으로써 경영권의 향방을 점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홍승일.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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