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SBS 자연다큐멘터리 대결 - MBC 잡초. SBS 약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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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MBC와 SBS가'풀의 전쟁'을 벌인다.

MBC.SBS는 올해 특집 자연다큐멘터리로 식물을 소재로 한'잡초'와'약초'를 각각 준비중이다.이는 특히 94년부터'어미새의 사랑'(MBC).'게'(SBS)등 동물 다큐멘터리에 주력했던 양사가 동시에 식물로 방향을 바꾼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양사는 93년 똑같이 버섯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로 격돌(?)한 바 있다.MBC는'잡초'를 올 연말께 내보낼 계획이며 SBS는'약초'를 내년초 방영한다.

양 방송사가 식물을 대상으로 삼은 기획 의도도 비슷하다.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식물들도 주변의 자극에 반응하며 활발히 활동한다는 것.이런 식물의 숨은 모습들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이다.

심지어 서로 소재 영역이 직접 겹치는 부분도 있다.약초로 쓰이는 잡초가 그 예. 자연다큐멘터리 제작자도 함께 바뀌었다.MBC는'어미새의 사랑''황새'의 최삼규PD가 물러나고 89년 다큐멘터리'거미'를 만든 이주갑PD가 나섰다.SBS는'그것이 알고 싶다'의 안연길PD가'약초'제작을 맡았다.SBS는 그동안 윤동혁제작위원이'버섯,그 천의 얼굴',곤충의 세계를 조망한'선암사의 비밀','게'등으로 간판 자연다큐멘터리 제작자 자리를 굳혀왔다.

양 방송사가 비슷한 소재를 택한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비슷한 다큐멘터리가 두편 나가는 것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원하는 시청자들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것.이 때문에 MBC는 서로 완연히 다른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만남의 자리를 갖자고 SBS에 요청하기도 했다.그러나 이에 대해 SBS측은“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서로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게 돼 오히려 더욱 프로그램이 같아진다”며 모임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MBC'잡초'의 주안점은 교묘한 번식 방법.'잡초'는 사람들에 의해 강제 제거당하는 극히 열악한 번식환경을 헤쳐 나가기 위해 나름대로 독특한 번식 전략을 개발(?)했다는 것이다.잡초들이 곤충.바람등 자연환경을 이용해 종자를 퍼뜨리는 모습을 초근접 촬영등의 특수 기법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SBS는'식물'이라는 소재에'건강'이라는 현대인의 관심을 덧붙여'약초'를 만들게 됐다.자연다큐멘터리인만큼 생태계 속에서 약초가 인간.동물.곤충에 미치는 영향을 위주로 하고 한방 약재로서의 효능도 다루게 된다. 권혁주 기자

<사진설명>

MBC자연다큐멘터리'잡초'제작진이 특수렌즈를 사용,민들레의 꽃가루받이 장면을 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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