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시대 중고차시장은 활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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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국내중고차 시장에 97년식 새 차가 대거 유입되고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절약등의 영향으로 중고차 거래가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 자동차매매사업조합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시의 중고차 판매대수는 1만32대를 기록했고 4월에도 계속 증가세를 보여 1만1백대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차판매 1만대 돌파는 91년이후 6년만에 처음이다.특히 업체들의 실적 부풀리기로 출고된지 1~2개월밖에 안되는 새 차들까지 중고차 시장에 많이 나오고 있다.

◇시장상황=지금껏 서울시의 중고차 월 판매대수 최고치는 91년 4월의 1만7백40대. 업계는 이 추세대로라면 중고차 최고 성수기인 올 9~10월에는 거래가 1만8백대를 넘어서 사상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분기 서울시 중고차 판매대수는 전년 동기비 18%가 늘어난 2만7천21대를 기록했다.

이중 승용차는 2만1천3백6대로 13.1%의 성장세를 보였고 상용차는 5천7백15대로 신장률이 무려 40.6%나 껑충 뛰었다.화물차는 최근의 수출호조와 개인사업자가 늘어나는 추세와 맞물려 공급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왜 활황인가=자동차매매사업조합의 유성종(柳晟鐘)과장은“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크게 줄면서 신차보다 중고차를 구입하려는 알뜰 수요층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또한 승용차의 경우 신차업계의 판매경쟁이 과열되면서 97년식 차량들이 대거 중고차 시장에 흘러들어오는 점도 중고차 시장을 후끈 달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장안평 중고차매매업체인 삼진상사 관계자는 출고된지 불과 2~3개월된'쏘나타 Ⅲ'의 경우 할인이나 무이자로 판매되는 새 차보다 1백~1백50만원가량 싼값으로 장만할 수 있어 수요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새 차가 중고차 시장에 나오는 이유=내수시장 불황속에 신차판매 경쟁이 불붙으면서 완성차업체들이 소위'선(先)출고'를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이는 업체들이 대외 발표용 판매실적을 고려해 밀어내기식으로 자동차를 출고함을 의미한다.

영업사원들이 장기간 새 차를 무등록 상태로 보유할 때 부담하는 과태료및 주차료 부담을 덜기 위해 중고차 시장에 새 차를 대거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5월 가격및 장세분석=▶현대자동차는 중고차시장에서 거래가 활발한 반면 가격변동폭은 차종별로 크게 나타났다.엑센트와 스쿠프 두차종을 제외한 전 차종 가격이 전달보다 최소 10만원에서 최고 2백만원까지 하락해 차종별 등락폭이 컸다.

▶대우자동차의 중고차 가격은 새 모델을 제외하고는 이달들어 소폭 내림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 6개월간 연속해 새로 선보인 라노스.누비라.레간자등은 시장마다'없어서 못파는 차'로 인기를 누렸다.

▶기아자동차는 중고차시장에서 가장 안정적인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대형차를 중심으로 가격하락세를 보였으나 소형.중형차는 약보합세를 형성했다. 유권하 기자

<사진설명>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내놓는 신차가 극심한 판매부진에 시달리는 반면 중고차 시장은 활황세를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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