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문가 첫걸음은 중국사 공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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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무엇보다 그 나라 역사를 알아야지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의 제2대 원장 츠후이성(遲惠生·68) 베이징대 전 부총장에게 ‘중국전문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고 묻자 “역사부터 배우라”라는 답이 돌아왔다. 베이징에 머물다 최근 신입생 면접을 위해 방학중 한국을 찾은 그는 중국인의 삶의 궤적을 이해하는 것을 중국전문가가 되기 위한 첫째 조건으로 꼽았다.

츠 원장은 현재 베이징대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교무위원회 부주임을 맡고 있다.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원장에는 지난해 7월 취임, 양국을 오가며 학생 선발과 교육에 관한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중국전문가가 되기 위한 다음 조건으론 중국어 능력을 지목했다. 읽기는 물론 말도 유창해야 사람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고, 중국 사회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 다음 조건으로 제시한 전공도 그 분야에 대해 그저 공부했다는 정도가 아니고, 나름대로 자신의 탁견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때문인지 ‘중국전문가 10만 양병론’을 외치며 2005년 9월 문을 중국대학원은 설립한 지 3년 반이 된 지금까지 40여 명의 졸업생만 배출했다. 모집 정원이 40명이지만 까다로운 전형으로 이제까지 이를 채운 적이 없다. 2006년 2월엔 8명만 뽑았다. 어느 세월에 10만의 중국전문가를 키우느냐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츠 원장은 “엘리트 양성을 위해 엄격한 전형을 계속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린성 창춘(長春)에서 태어난 그는 1964년 베이징대학 무선전자학과를 졸업한 뒤부터 지금까지 교편을 잡고 있다. 96년부터 2004년까지 8년간 상무 부총장을 지냈다.

그에게 ‘베이징대 외국 유학생 중 어떤 부류의 학생이 가장 열심히 공부하느냐’라고 물었다. 그는 “자비 유학생”이라고 답했다. 101개 국가 학생이 베이징대에서 공부 중인데 국가·학교 교류 차원에서 오거나 기업에서 위탁한 학생보다 자기 돈을 내고 공부하는 학생들이 더욱 열심히 공부한다는 말이다.

한국 유학생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일부 학생의 음주와 소란이라고 꼬집었다. 그래도 그는 한국 유학생들이 가장 사랑스럽다고 했다. 젊은 혈기 때문에 가끔 소란스런 일도 있지만 교수만 나서면 모든 게 잘 마무리된다는 것이다. 한국 학생들만큼 스승을 공경하고 인사 잘하는 학생도 없다고 한다. 수업 시간에 좀 더 활기차게 교수와 토론하라는 주문도 곁들였다. 글=유상철 기자

사진=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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