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나 카르타 원본서 다 빈치 노트까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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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호 22면

영국을 대표하는 도서관은 런던 소재 영국도서관(British Library·BL사진)이다. 국립도서관으로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수집관 중 하나다. 이곳에는 책, 국회의사록, 신문, 잡지, 소리, 지도, 그림 등 세계의 갖가지 언어로 된 1억5000만 점 이상의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단순히 책뿐 아니라 역사 박물관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진귀한 자료들이 많다. 1998년 런던에 세워진 세인트 판크라스 본관은 아름다운 건축물로 영국의 지성과 문화를 상징한다.

역사자료형 영국 도서관

건물로 들어가면 왕의 도서관(King’s Library)으로 불리는 6층 높이의 유리탑이 솟아있다. 1760∼1820년 재위한 조지 3세의 소장 저서를 쌓아 놓은 것이다. 여기에는 근대 헌법의 토대가 된 마그나 카르타(대헌장)의 원본을 비롯해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최초 인쇄본,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노트 등 진기한 자료들이 풍부하다. 동양 자료 중에는 중국 최고(最古) 인쇄물로 서기 868년 왕개가 찍어낸 ‘금강반야바라밀경’도 소장하고 있다.

도서관 서가를 이용하려면 회원증을 만들어야 하는데 간단한 서류만 준비하면 외국인도 즉석에서 만들 수 있다. 1000석 이상의 개인 좌석에 편안한 책상과 의자로 명성이 높다. 도서관 곳곳에서는 문화의 향기도 듬뿍 느껴진다. 1층에 마련된 공식 전시관을 비롯해 층층마다 소규모 기획전이 연중 열리고 있다. 순수 도서관뿐 아니라 박물관과 미술관을 겸한 종합 문화공간으로 불릴 만하다.

이 도서관은 연간 총예산 중 75% 이상을 정부 재정으로 충당하는 국가 도서관이지만 운영 면에서는 자율성을 보장받는다. 영국에서 연수한 홍정순 국회도서관 홍보협력과장은 “직원들의 신분이 공무원이 아닌 점과 도서관이 상당 수준 자율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영국의 국가도서관은 BL을 중심으로 2개의 특수 도서관으로 이뤄져 있다. 각종 신문자료를 모은 신문 도서관(The British Library Newspaper Library)과 문헌제공센터(The British Library Document Supply Centre)가 그것이다. 특히 문헌제공센터는 런던의 중앙관과는 330㎞가량 떨어진 요크셔에 위치해 있지만 방대한 자료 수집으로 유명하다. 과학기술 관련자료와 사용빈도가 낮은 자료들이 주로 보관돼 있는데,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2만 명에 달하는 세계 각국의 연구자에게 연간 약 400만 건의 문헌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해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영국 의회도서관은 하원 도서관(House of Commons Library)이 유명하다.

이 도서관은 연구조사실을 두고 의원들에게 현안에 대한 각종 자료를 제공하는 한편 신규 의원 보좌관들의 교육도 맡고 있다. 순수한 입법 지원조직으로 출범해 대국민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지만 최근 들어 시민들에게 개방 폭을 점차 넓혀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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