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잡아라>백화점 안가면 불안.두통.우울 '쇼핑중독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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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우리나라 주부 가운데 쇼핑을 못하면 정서불안.소화불량.두통.우울증등에 시달리는 이른바'쇼핑중독증' (shopaholic)에 걸린 주부들이 5.6%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이들은 남편에 대한 성적(性的)불만,시댁과의 갈등 때문에 백화점으로,시장으로 쇼핑에 나서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무작정 사들이는 병리적 쇼핑행태를 보이고 있다.게다가 본인은 인정하지 않지만 이처럼 쇼핑중독증에 걸린 주부들과 비슷한 행태를 보이는 이들이 9.7%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주부중 15.3%가 자각하든 못하든 현대판 소비정신질환이라 할수 있는 쇼핑중독증에 걸려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이같은 수치는 미국의 6%,영국의 2%와 비교해도 엄청나게 높은 수준이다.

구미 선진국에나 있는줄 알았던 쇼핑중독증이 어느새 우리나라 주부들에게도 확산돼 오히려 선진국보다 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중앙일보 시장조사팀이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정일(金貞壹)박사와 공동으로 국내 최초로 개발한 쇼핑중독증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밝혀졌다.

지난달 21~26일 전국 주부 8백48명을 대상으로 쇼핑중독증 증세를 거론하면서 해당여부를 물은 결과 5.6%가 같은 증세에 시달린다고 호소했다. 또 이들을 대상으로 쇼핑중독증과 관련한 25개 항목의 점수(항목당 4점,1백점 만점.매우 그렇다 4점,대체로 그렇다 3점,별로 그렇지 않다 2점,전혀 그렇지 않다 1점)를 체크한 결과 쇼핑중독증을 호소한 주부중 점수가 가장 낮은 주부는 55.9점이 나왔다.

이에따라 쇼핑중독증 테스트로 점수가 55.9점 이상 되면 일단 쇼핑중독증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 대상자의 15.3%가 56점을 넘어섰다.

이들 쇼핑중독증에 걸린 주부는 정상적인 주부에 비해 혼자 쇼핑하는 비율이 높다.동네주부와 함께 쇼핑 나들이 가는 비율이 정상적인 주부(10.1%)의 절반수준인 5.2%에 지나지 않는다.술도 혼자 마시면 알콜 중독에 걸리기 쉬운 것처럼'나홀로'쇼핑이 쇼핑중독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준다.이들의 심리상태를 들여다 보면 쇼핑을 자극하는 요인이 다양하다.그중'스트레스 해소를 위해'가 70.1%나 되고,'시댁과의 갈등을 풀기 위해'(38.3%) 또는'성적불만을 해소하기 위해'(37%) 쇼핑한다는 비율이 높은 것도 특기할 만하다.

이들은 특별히 구입할 물건도 없는데 괜히“오늘은 뭘 사나”하고 고민(62.4%)하기도 한다.

金박사는“쇼핑중독증의 내면엔 심리적 갈등이 있게 마련인데 증세가 심해질 경우 바람을 피우거나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하는등 과격한 형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면서“주부가 쇼핑중독증 징후를 나타낼 경우 남편등 집안사람들이 그렇게 된 배경을 이해하고 문제를 풀어나가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행 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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