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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위기의 원인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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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쌍용자동차의 경기도 평택 공장 경비원들이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평택=김성룡 기자]

쌍용자동차가 9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차가 투자금을 손해 보고 완전히 손을 떼겠다는 뜻을 밝힌 것과 마찬가지다. 중국 본사에서 현재 자금난을 겪고 있는 쌍용차에 앞으로 추가 투자나 금융 지원이 없을 것임을 공개적으로 통보한 셈이다.

상하이차는 2005년 쌍용차를 인수한 뒤 지급보증을 선 것이 하나도 없다. 대주주가 되기 위한 인수금액(5900여억원) 이외에는 투자한 것이 없다. 8000억원이 넘는 채무도 대주주의 보증 없이 모두 쌍용차의 자산을 담보로 받았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쌍용차는 지난해 10월 상하이차에 2억 달러(약 2700억원)의 금융지원을 요청했다. 그러자 상하이차는 중국은행(BOC)과 공상은행에 각각 1억 달러씩 신용대출한도(크레딧 라인) 협약을 주선했다. 협약을 맺기는 했지만 쌍용차가 이들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면 상하이차의 보증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이번 법정관리 신청으로 보증을 서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셈이다. 결국 상하이차는 4년 전 인수할 때 투입한 투자금 5900여억원을 날리고 철수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쌍용차는 중국 기업이 한국 대기업을 공개 매수한 첫 사례다. 결국 4년 만에 실패로 끝난 셈이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나=쌍용차가 자금난을 겪게 돼 법정관리까지 간 것은 판매부진이 직접 원인이다. 국내 소비자가 등을 돌린 디자인 실패와 판매력 약화가 주원인이다. 쌍용차는 2004년 이후 출시된 신차 디자인이 시장에서 관심을 끌지 못했다. 눈에 띄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승부를 한 로디우스·카이런·액티언은 소비자들로부터 ‘너무 앞서간다’는 평을 받으면서 외면받았다. 2005년 이후 일부 디자인을 변경했지만 상하이차 영향으로 국내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체어맨 승용차를 뺀 SUV 모델 다섯 개 가운데 세 차종이 판매 부진에 빠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경영악화로 치달았다.

판매망도 문제였다. 쌍용차의 국내외 판매망에는 직영점이 하나도 없다. 100% 외부 딜러다. 따라서 경기가 좋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경기침체 때는 어려움이 더 크다. 지난해 상반기 경유가격이 급등하면서 디젤차 중심의 쌍용차 판매도 급감하기 시작했다.

2006년부터는 탈출구를 찾기 위해 수출에 적극 나섰지만 모두 현지 딜러의 주문에 의존했다. 해외 딜러들은 쌍용차 이외에 여러 브랜드를 같이 파는 형태다. 그러다 보니 딜러들이 판매마진을 높이는 데만 주력하고 정작 영업은 등한시해 쌍용차는 고전했다.

또 쌍용차는 대주주인 상하이차와 경영상 갈등을 빚어와 부실을 자초했다는 평가다. 그간 쌍용차에 파견된 상하이차 경영진은 한국 경영진에 대한 불신이 컸다. 상하이차는 인수 10개월 만에 돈을 투명하게 쓰지 않았다며 경영진을 경질했다.

대주주인 상하이차의 기술유출 의혹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인수 다음 해 상하이차와 같은 전산시스템 통합을 추진했다. 이럴 경우 회사 인트라넷을 통해 주요 설계도면이 그대로 중국 본사로 나갈 수 있다. 전산시스템이 다르면 도면 파일을 변환하는 작업을 거쳐야 해 유출이 쉽지 않다. 당시 이를 한국 경영진이 반대하자 담당 부사장이 해임됐고 결국 전산시스템은 통합됐다.

◆상하이차의 철수 셈법은=중국 상하이 웨이하이에 위치한 상하이차 본사에서 쌍용차 경영정상화 방안 확정을 위한 이사회는 8일 오후 2시부터 6시(현지시간)까지 격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이사들은 “쌍용차를 더 이상 끌고 가봤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이 오갔다고 한다. 상하이차가 투자한 돈을 포기하고서라도 경영에서 손을 떼는 게 더 낫다는 계산을 한 셈이다.

이사회 간사로 참가한 최상진 쌍용차 상무는 “금융경색으로 대출마저 묶인 상황에서 부도보다는 법정관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상하이차는 경영이 정상화하면 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쌍용차 출신인 심정택 피알에이투지 대표는 “상하이차는 쌍용차의 생산시설이나 판매 네트워크보다는 한국 자동차의 기술에 관심이 더 많았다”며 “인수대금 이상의 기술을 얻었다면 법정관리에 들어가도 상하이차는 남는 장사를 한 셈”이라고 말했다. 보통 신차를 개발하는 데 드는 투자비용이 3000억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상하이차는 SUV의 기술을 확보했다. 쌍용차가 30년간 신차 개발을 하면서 쌓아놓은 각종 데이터를 별도의 로열티 없이 그대로 입수한 것은 상하이차의 신차 개발 능력을 최소한 2, 3년은 앞당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하이차는 신차 2대 개발비 수준인 약 5900억원(인수대금)을 투자해 이보다 훨씬 가치있는 SUV 기반 기술을 통째로 확보한 셈이다. 지난해 12월 말 상하이차는 신차 개발 기술이전료 600억원을 입금했다. 쌍용차로서는 당연히 받아야 할 돈을 받았다는 얘기다. 아직도 추가로 받을 기술료가 400억원 이상 남아 있다. 이는 상하이차가 검찰의 기술유출 수사를 일단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쌍용차가 파산해 투자비를 모두 날리더라도 결국 남는 장사를 한 것이라는 얘기다.

심재우 기자 ,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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