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기 모성결핍 원인 자폐증과 증세 비슷 1,2개월 치료로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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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엄마를 보고도 잘 웃지않고 안기려들지 않는 석이(4).누가 말을 걸어도 대답도 하지않고,혼자서 블록장난감만 만지작거리며 하루를 보내는 아이다.

석이의 증상은 얼핏 자폐증과 비슷하지만 뇌손상등 선천적인 요인에 기인하는 자폐증과 달리 주로 생후 1~3년사이의 환경적인 요인때문에 생기는'반응성 애착장애'라는 병이다.최근들어 석이처럼 지나치게 언어발달이 늦거나 사회성이 극도로 부족해 소아정신과를 찾는 환자의 대략 20~30%정도가 반응성 애착장애로 밝혀져 주목을 끈다.

전문가들은 아이를 정서적으로 충분히 껴안아주지 못하는 현대사회의 열악한 양육여건이 이의 주범이라고 말한다.▶맞벌이부모가 아이의 양육자를 계속 바꾼 경우▶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출산했거나 부모의 이혼으로 방치된 아이▶산후우울증에 걸린 어머니 손에서 무관심하게 키워질때 대부분 반응성 애착장애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홍강의교수는“어머니가 아니더라도 아기에게 따스한 체온과 애정을 베푸는'어머니 역할'을 대신해줄 사람만 있어도 반응성 애착장애의 상당부분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자폐증은 치료가 힘든데 비해 반응성 애착장애는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1~2개월만 꾸준히 치료해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요즘은 단순한 언어발달 장애나 정신지체아를 성급하게 반응성 애착장애로 판단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가능한한 빨리 전문기관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국립정신병원 곽영숙 소아정신과장의 조언. 한편 유아기의 모성결핍으로 인해'타인과의 관계 맺기'를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점이 반응성 애착장애의 특징인 만큼 너무 증세가 심하지 않은 아이라면 정상아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사회성을 높이는 것 자체가 좋은 치료가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서울 총신대 부속유치원 최영해 교사는“'친구의 눈을 쳐다보면서 이름을 불러주어라''혼자 놀고 있으면 같이 놀자고 손을 잡아주라'는 교사의 가르침을 아이들이 잘 따라줘 반응성 애착장애를 앓던 한 아이가 크게 호전되는 성과가 있었다”고 전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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