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살리자] 영산강 허리를 이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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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8시30분쯤 전남 나주시 이창동과 삼영동을 잇는 영산포 대교 위. 영산강 136㎞ 물길의 허리쯤 되는 곳이다. 하류 쪽을 바라보니 100여m 아래 불 꺼진 등대가 있었다. 12m 정도 높이로 1915년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내륙에 세워진 영산포 등대다.

소금과 젓갈·홍어를 싣고 목포를 거쳐 거슬러 온 배들로 가득 찼던 영산포구의 옛 영화를 간직한 유일한 존재다. 70년대 말까지는 불을 켰다. 김창원 영산강 뱃길연구소장은 “조선시대에는 소금배들이 강 상류인 담양까지도 갔었다”며 “현재는 영산포 부근조차 수심이 얕아 작은 어선도 접근이 어렵다”고 말했다. <‘강을 살리자’ 시리즈 5면>

실제로 등대 밑 강가의 수심은 10㎝도 되지 않았다. 주민 김영순(91) 할아버지는 “여름에도 수심이 1m밖에 안 돼 걸어서 강을 건넌다”고 말했다. 1873년에 제작된 나주 지역 고지도에는 영산포 등대 앞 수심이 9~12m로 표시돼 있다. 퇴적물이 쌓이고 강 상류에 농업용수 댐들이 들어서면서 물이 줄어들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전남을 휘돌아 관통하는 영산강 340리가 신음하고 있다. 상류는 물이 말라 실개천이 됐고, 중류는 강바닥에 모래와 오염물질이 쌓이며 수질은 나빠졌다. 하류는 영산강 하구언(둑)이 생기면서 물이 흘러갈 길을 막아서고 있다. 전남대 이정록(지리학과) 교수는 “영산강을 막힘 없이 흐르는 강, 주민 친화적인 강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영산강=천창환·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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