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살리자] ② 영산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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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중반 영산강지구 농업종합개발사업으로 상류에는 나주·담양·장성·광주 등 4개 농업용수용댐이 들어섰다. 이들 댐이 물을 가두면서 그 아래 상류 지역은 개천처럼 변한 것이다.

광주 시내를 흐르는 광주천과 영산강이 만나는 극락교 부근. 제방 한편의 배수관문에서 허연 포말을 일으키며 물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광주시 하수종말처리장에서 토해 내는 물이다. 광주천과 황룡강천 2곳의 처리장에서 하루 평균 70여t을 쏟아낸다. 정화 과정을 거쳤다고는 하지만 농업용수로도 쓰기 힘든 5급수였다. 2급수 이상을 유지해 오던 상류 수질이 확 떨어진 현장이다. 전남발전연구원 김종일(환경생태연구팀장) 박사는 “상류는 기본적으로 유량이 너무 적은 것이 문제”라며 “상류의 댐들에서 농업용수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적정한 규모의 물을 흘려 보내 주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바닥 솟은 중류(나주~무안)=나주시 다시면 가은리의 구진포구. 이곳은 89년과 2004년 두 차례 강이 범람해 지붕까지 물이 들어찼다. 89년에는 영산포 제방이 무너져 주민 10여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강의 범람에는 강바닥에 쌓여 있는 퇴적물이 큰 원인이었다. 강바닥이 솟으면서 강으로 흘러 들어오는 물을 담을 여유가 없게 된 탓이었다. 이 마을 주민 김재석(55)씨는 “70년대 초 광주의 아세아자동차(현 기아자동차)를 건설할 때 3000t급 프레스를 바지선에 실어 이곳까지 왔을 정도로 강 수심이 깊었다”고 전했다. 김씨의 1t짜리 자그마한 어선을 타고 가는 동안 ‘드르륵’ 하며 스크류가 바닥에 쌓인 퇴적물에 닿는 소리가 들려왔다. 김씨는 “81년 하굿둑을 만들고 물길이 막히면서 퇴적물이 급격하게 쌓이고 오염도 심해졌다”며 “고기도 씨가 말라 예전의 10%도 안 잡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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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에서 2007년 4대강의 수질을 측정한 결과 영산강 중류인 나주 지역의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은 5.2mg/L로 낙동강(구미) 1.68mg/L, 금강(부여) 2.9mg/L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BOD가 높을수록 오염이 심하다. 나주시 김영진 재난관리과장은 “홍수 피해를 막고 오염을 줄이기 위해선 준설과 지천 관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퇴적물 5900만t(영산호)=영산호는 영산강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으로 81년 무안군 삼향면과 영암군 삼호면 사이를 가로막은 4.3㎞짜리 둑(하구언)이 만들어지면서 생긴 호수다. 총면적 34.6㎢에 저수량이 2억5000만t이나 된다. 수위조절용 배수갑문과 작은 배가 드나들 수 있는 통선문이 한쪽에 있었다. 갑문은 연간 60차례 정도만 문을 연다.

전남도가 운영하는 환경정화선 ‘영산강호’에 올랐다. 영산강호는 강과 호수에 불법 설치된 그물 등을 수거한다. 수거량이 하루 평균 2t이 넘는다고 한다. 물이 맑아지는 겨울임에도 호숫물은 탁했다. 오광욱(50) 기관장은 “여름에는 녹조도 심하고 악취가 진동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실 냉장고에서 냉동된 잉어를 꺼내 보였다. 길이 15㎝ 정도로 허리부터 꼬리까지 ‘S’자로 휘어진 기형이었다. 오 기관장은 “지난해 12월 말 수거한 그물에 걸려 있던 고기”라며 “이런 기형물고기가 종종 잡힌다”고 전했다.

영산강 유역환경청에 따르면 영산호 바닥에는 상류에서 내려와 쌓인 각종 퇴적물이 5900만t이나 된다. 전남대 이정록(지리학과) 교수는 “배수갑문과 통선문을 신설·확장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영산호 수질 오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산강 정비사업계획=영산강 정비에는 5년간 모두 1조6000억원이 들어간다. 생태하천 정비와 준설을 통한 치수대책이 핵심이다. ▶생태하천 조성 4000억원 ▶제방보강 1192억 ▶저류지 조성 754억 ▶ 자전거 도로 조성 153억원 등이다. 국토해양부가 9000억원을, 환경부가 나머지를 쓴다.

선도사업 지구로는 나주와 함평 2곳이 선정됐다. 나주에서는 2011년까지 영산대교 주변 6.7㎞ 구간에 383억원을 투입, 생태하천을 조성하고 제방을 보강한다.

영산강=강갑생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그래픽=김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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