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2월 말까지 처리” “2월 상정 강행은 협상 파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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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 실패했다” 홍준표 한나라 원내대표

국민들 오해 있다
경제 살리는 방송법 제대로 알리는 데 주력

 홍준표(사진)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8일 “(상정이 합의되지 않은) 미디어 관련 6개 법안도 2월 말까지 처리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미디어 관련 법안은 경제 살리기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알리지 못해 국민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니 “지금부터 당과 정부가 나서 이를 제대로 알리면 여론에 반전이 생길 것이고, 그리 되면 민주당도 상정을 거부할 도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2월 국회에선 폭력국회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역점을 두고 원내 지휘에 나서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사퇴론에 대해선 “일부 의원의 충정을 이해하지만 국회 정상화를 이루지 못하면 부담은 고스란히 정부와 여당이 져야 한다”며 “우리가 폭력과 타협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해 주요 법안 처리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소회는.

“우리는 김형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에 마지막 기대를 걸었지만 김 의장이 많은 부담을 느낀 것 같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야당과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안타깝다.”

-김 의장의 결단도 문제지만 당의 전술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인정한다. 정부와 여당에서 여론에 호소하는 절차와 내용이 부족했다. 그래서 당장 오늘부터 주요 법안들은 경제 살리기 법안이고, 나라와 국민에게 이득을 가져오는 법안이라는 점을 총력 홍보하라고 당에 지시했다.”

-2월 국회에서 주요 법안을 통과시킬 로드맵을 갖고 있나.

“이번 임시국회에서 주요 민생법안을 털고 가기로 한 것은 2월 국회에서 전선을 단일화하겠다는 의미다. 미디어 6법과 금산분리 등 쟁점 법안에 당력을 집중한 뒤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 여론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 국회에서 신속히 처리해 나가겠다.”

-과거 열린우리당이 ‘4대 입법’을 추진할 때에 비해 당내에 ‘MB(이명박) 입법 전도사가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런 점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 개혁 법안을 추진할 코어(핵심) 그룹을 꾸리기로 했다. 문방위·정무위 등 쟁점 법안이 걸려 있는 위원회별로 코어그룹을 만들어 입법을 끌고 나갈 것이다.”

-현행 국회법상 점거나 폭력을 막을 뾰족한 수가 없는데.

“폭력에 대한 강한 처벌 규정이 담긴 국회법 개정안을 이범래 의원이 제출해 어제(7일) 국회 운영위에 상정됐다. 만일 민주당이 또 폭력을 행사하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폭력 의원들은 반드시 국회를 떠나도록 만들겠다.”

이가영·선승혜 기자



“파행 원인은 여”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

쟁점 법안들 놓고 충분히 토론 거치면 합리적 기준 마련될 것

 원혜영(사진) 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2월 임시국회 전에 쟁점 법안들에 대해 충분한 토론을 거치면 어느 정도 합리적 기준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는 “이번 국회 파행의 가장 큰 원인은 국회 운영의 전권을 쥔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야전 사령관이 아닌 청와대의 뜻을 대변하는 돌격부대장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입법전쟁’에서 민주당이 강경투쟁으로 일관해 당내 온건파 입지가 줄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단계적으로 추진했다면 민주당 내부에서도 상당한 논란을 겪었을 법안들까지 워낙 무리하게 밀어붙인 탓에 온건·중도·진보 할 것 없이 단합할 수 있었다. 국회가 대화와 타협의 위치로 돌아가면 당내에서 자연스레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이번 투쟁이 정세균 대표 중심으로 진행됐다는 평가에 대해선.

“누가 주도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통합된 분위기로 가느냐가 중요하다. 이번에도 호흡을 잘 맞췄다.”

-열린우리당 시절 주장했던 자동 직권상정제를 한나라당이 하자고 한다.

“솔직히 여야가 바뀌면 입장이 돌변하는 경우가 있다. 한나라당이 야당 시절 추가경정 예산을 맘대로 못 짜도록 국가재정법을 도입해 놓고 이제 와서 개정하려는 모습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가 입장이 바뀌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다만 여야가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워지는 18대 국회 말에 19대 국회 운영원칙 개정을 논의할 수는 있겠다.”

-개각이 이뤄지면 열릴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흠결 대신 능력 위주로 검증할 생각은 없나.

“경제위기 극복에 적합한 재질과 경륜을 갖췄는지 따져 선 굵은 결론을 내릴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요구하는 도덕적 기준을 후퇴시킬 순 없다.”

-한나라당은 방송법 등 쟁점법안을 2월에 상정하겠다는데.

“한나라당과 청와대가 이번 사태에서 전혀 교훈을 얻지 못한 것 같다. 만일 상정을 강행한다면 여야 협상을 파기하는 것이다. 당연히 대응에 나설 것이다. 이번 협상에서 금산분리 관련법 등 상정 시기를 2월로 못 박은 것은 상정하겠다고 약속한 것이고 방송법 등 시기를 정하지 않은 것은 2월 국회에서 서둘러 처리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이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이 2월 상정을 들고 나오는 건 무리한 법안을 추진하다 실패한 뒤 몰아닥친 후폭풍을 무마하려는 시도가 아닌가 한다.”


글=강찬호·임장혁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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