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주장들 … 작년 12월 “주가 500, 집값 반토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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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5일 일요일,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글이 떴다. “내일 원화 가치가 폭락한다. 유학생 자녀가 있다면 한두 달치 달러를 사놓으라.” 필명은 ‘미네르바’였다. “은행의 외부 달러 수혈이 모조리 멈췄다”는 이유였다. “15일 전후로 원화는 또 급락한다”는 예고까지 보탰다. 경고는 현실이 됐다. 주말에 달러당 1223원이던 원화 가치는 월요일부터 사흘간 40~60원씩 급락했다. 15~16일에도 원화가 30~130원씩 폭락했다.

미네르바의 한마디에 시장이 춤을 추고 극성 신봉자들이 생긴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한국의 꼬인 환율정책→미국발 금융위기 심화→달러 가뭄 심화→각국 실물경제 전염’으로 이어지는 큰 시나리오를 맞혔다.

취재팀이 인터넷에서 돌고 있는 미네르바의 글모음 460여 쪽을 샅샅이 뒤져본 결과다. 무엇보다 정부며 제도권 경제전문가들이 “9월 위기는 없다”며 낙관론을 펴던 때였다. 하지만 경제가 점점 나빠지면서 미네르바 말은 신줏단지로 통했다.

그가 급부상한 건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의 몰락을 예언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다. 지난해 9월 초 아고라에 산업은행의 리먼 인수 추진을 놓고 “리먼이 부도 나면 미 증시가 폭락하고 구제금융 효과가 사라져 금융권이 파멸한다”고 경고한 것이다. 같은 달 15일 리먼은 파산 신청을 했다.

‘한·미 통화 스와프’에서도 선구안을 보였다. 그는 10월 초부터 ‘스와프’가 구원투수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미 구제금융 7000억 달러가 풀리면 위기가 사그라진다”고 외쳤지만 미네르바는 어림없다며 인터넷에서 설전(舌戰)을 펼쳤다. 정부는 한 달간 물밑 협상을 하다 10월 말에 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

◆미네르바의 실수=‘한·중·일 통화 스와프’가 한 예다. 10월 초 “일본은 지원 여력이 없고, 중국과는 한·미 간 정치적 입장 때문에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3국은 스와프에 성공했다. ‘한·미 스와프’ 문제도 “원화 가치가 1050원대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어렵다”고 봤으면서도, 다른 글에선 “꼭 성사시키라”고 주문하는 논리적 허점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 12월 신동아 기고에선 “올해 한국 주가는 500, 미국은 5000선이 바닥”이라고 했다. 뚜렷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부동산도 반토막 난다고 했다. 그러나 결국 이런 예고는 ‘혹세무민’이었음이 드러났다. 특히 주가 쪽에서 미네르바는 자주 헛발질을 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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