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서울시 봉사상 받은 김동휘군, 뇌성마비로 동료장애인 도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평생 무겁게 내리누르던 장애를 뛰어넘어 새처럼 훨훨 날아다닐 수 있다면….” 이웃사랑에 힘써온 청소년을 대상으로 서울시가 수여하는 청년봉사상인 나라사랑상을 수상한 뇌성마비 장애인 김동휘(金東輝.19.청강문화산업전문대1.서울노원구상계동.사진)군의 꿈은 인터넷 정보검색사다.

인종과 국가의 벽을 허무는 인터넷에 접속할 때마다 굳어버린 혀와 불편한 손발을 한순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金씨는 94년 위례상고 1학년때부터 집근처에 있던 한국뇌성마비복지회에 나가 몸이 불편한 동료 장애인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면서부터 장애를 단순히 잊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기 시작했다.

수상사실을 알게된 직후 金군이 글로 표현한 수상소감에는“반에서 1등을 도맡아했고 주산2급 자격도 땄지만 누구도 일을 맡겨주지 않아 스스로를 비참하게 여겼습니다.하지만 베푸는 의미를 알게해준 자원봉사를 통해 뒤늦게나마 존재의 이유를 느끼게 됐습니다”고 적혀 있다.

그의 자원봉사는 매주 한차례 복지회에 나가 소식지와 지로용지를 발송하는 단순한 일.동료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쳐주는 일도 金군의 몫이다.

아무도 진학얘기를 꺼내지 않았던 지난해 金군은 포장마차와 소규모 식당을 운영하며 근근이 살림을 꾸려나가는 부모님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학비가 저렴한 경기도 이천에 있는 전문대 컴퓨터네트워크과를 선택했다.매일 오전5시에 일어나 2시간이 넘는 등교길에 나서지만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힘든 걸 잊고 지낸다.

“휠체어에 앉아 우주를 꿰뚫어보는 스티븐 호킹 박사나 유려한 피아노 선율을 자아내는 데이비드 헬프갓처럼 장애를 딛고 꿈을 펼치고 싶다”며 어렵게 희망을 말로 표현한 金군은 다음날 있을 유닉스 과목 시험을 위해 책과 씨름에 들어갔다.

강홍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