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과시민대토론회>1. 이회창 신한국당 대표 - 이모저모.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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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앙일보.MBC 공동 주최의'정치인과 시민 대토론회'는 여야의 대선주자 가운데 참여를 고사한 이수성(李壽成)신한국당고문을 제외한 유력한 주자 모두가 포함됐다는 점에서 본격적인'경쟁무대'라 할 수 있다.이런 배경 때문인지 1일 첫 테이프를 끊은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대표는 자신의 입장을'정면돌파형'으로 강하게 부각시키려 했다.동시에 당내 경선과 관련해 대표직 고수를 천명하는등 기득권을 과감히 지키겠다는 실리추구 성향도 보였다.

…한국프레스센터 토론장에는 시작전부터 자리가 꽉 들어차는등 뜨거운 열기속에 진행됐다.정치권.관가등도 생중계 토론회를 지켜보며 논의내용에 큰 관심을 보였다.

李대표는 차분한 표정에 자주 미소를 머금어 딱딱하다는 인상을 불식시키려 애쓰는 모습.하순봉(河舜鳳)대표비서실장.박범진(朴範珍)총재비서실장등을 비롯한 12명의 현역의원,李대표와 가까운 인사들및 李대표의 부인 한인옥(韓仁玉)여사등이 토론을 참관. 그러나 토론에서“李대표의 현직 비서실장까지 한보 돈을 받았는데 어떻게 징계하겠느냐”는 직격탄이 터지자 河실장과 나오연(羅午淵).박종웅(朴鍾雄)의원등 검찰조사를 받았던 당직자들은 굳은 표정. 李대표 개인사에 관한 질문도 쏟아졌다.최근 본 영화를 묻는 질문에 그는“굿바이 마이 프렌드”라며“한 소년이 에이즈에 걸린 친구를 돌보는 얘기”라고 소개. 가장 존경하는 여성을 묻는 질문엔“장애인을 돌보는 이름없는 자원봉사자”라고 답변.영어실력은 “결코 과장할 만한 수준은 못되고 의사소통 수준”이라고 자평.언제 대통령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느냐는 질문에 李대표는“국민학교때부터 대통령이 돼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金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답변으로 방청석에 폭소가 일었다.

…TV생중계를 통해 국민에게 첫선을 보인 만큼 李대표측은 이날 행사에 대비,치밀한 사전준비와 모의토론등을 해왔다는 후문.토론회 시작 1시간전에 도착한 李대표는 KBS 앵커 출신인 이윤성(李允盛)대변인과 박성범(朴成範)의원등으로부터 카메라앞의 자세,넥타이 고르기에까지 세세한 조언을 들어 눈길. 李대표는 그간 일과를 마친 뒤 자택에서 자신의 강연문.인터뷰 자료등을 면밀히 정리하고 최근 편협(編協)초청 토론회의 녹화 비디오,관훈토론회 자료를 뒤적이며 사전준비를 했다고.그러나 대표직 사퇴.사조직등 까다로운 질문에는 얼굴이 상기되며“전혀”“결코”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반격하거나“곤혹스럽다”며 난처한 표정. …여야등 정치권과 청와대및 관가는 생중계된 토론회를 지켜보며 관심을 나타냈다.토론회후 신한국당 당직자들은“과거 정치에 매달리는 정치권의 분위기가 식상한 상황에서 다음 세대의 대통령은 어때야 한다는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에 충분했다”고 평가.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도 당사 총재실에서 내내 토론회 장면을 지켜본뒤“생각보다 질문들이 날카롭다”고 말했다는 후문. 국민회의 설훈(薛勳)의원은“토론회를 통해 정치인들의 진면목이 밝혀지고 국민들 입장에선 평가의 잣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 강인섭(姜仁燮)정무수석등 청와대비서진 대부분도 생중계 토론회를 줄곧 지켜봤다.姜수석은“질문이 날카롭고 관심끄는 내용이 많은 것같다”고 평가. …하이텔등 PC통신에서도 토론회가 화제가 됐다.방문진(ID명 TRIUMPH)씨는“우와 재밌다.완전히 이회창 청문회 같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이주환(ID명 JUHWAN)씨도 하이텔에 올린 글에서 李대표의 답변 스타일을 비평한 뒤“정치인들이 솔직한 의견과 소신을 밝혔으면 좋겠다”고 했다.토론회의 진행방식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도 쏟아졌다.

주부 김연희(37.서울서초동)씨는“걸러지지 않은 정치인의 생생한 소신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최훈.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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