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동포돕기 콘서트 과연 이뤄질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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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라이브 에이드(Live Aid)'.84년 아프리카 대기근으로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하자 영.미 팝스타들이 대거 출동,'그들은 크리스마스를 알까요''우리는 세계'란 자선음반을 잇따라 내고 이듬해 7월 합동콘서트를 개최해'아프리카 펀드'란 구호기금을 조성한 80년대 팝계 최대의 자선운동.북녘동포를 돕기 위한 한국판'라이브 에이드'가 가능할까.아직 북한동포돕기 타이틀을 내건 콘서트를 불허하는 정부방침으로 실현 여부는 미지수지만 현재 20여명의 가수가 여러 방식으로 기금마련에 나서 관심을 끈다.우선 26일부터 5월18일까지 서울장위동 드림랜드에서 열리는 97콘서트 레이스에서 안치환.여행스케치.이승철.한영애.이문세.넥스트.조관우.김종서.김정민등 참가가수 9명은 각각 2천만~3천만원선의 개런티중 5~10%인 1백만~2백만원을 내놓는다.

여기에 공연 주최업체인 프로암이 5백만원을,그밖의 20여 협력업체도 50여만원씩 모두 3천만원을 대한적십자사나 언론사를 통해 북한동포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출연가수들의 지명도나 수입에 비하면 기부액이 미미한 수준이어서 공연 주최측이 혹시 전시효과를 노린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들지만 북한동포를 돕기 위한 첫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6월4~9일 고려대 노천극장에서 산울림.넥스트등 24개팀이 참가하는'자유'콘서트도 청중에게 모금함을 돌려 기금을 모으는 방안을 세우고 정부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다.이밖에 다수의 록.포크 계열 싱어송 라이터들이 개런티 전액을 기부하는 라이브 콘서트를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정부방침은 가수의 개인적 개런티 기부는 상관없지만 '북한동포돕기'콘서트나 콘서트중 모금행위는 불허한다는 원칙이어서 이같은 움직임은 출발부터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다.

가수들의 북한동포돕기 공연계획은 파급력과 호소력이 엄청날 것이라는 점에서 사회 전체의 큰 관심을 끈다.그러나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민감한 여론 때문에 적극적 개최론과 회의적인 시각이 공존한다.90년대 초반 가수 이선희의 북한공연을 추진하다 중도에 그만둔 한 공연업체 관계자는“현재 실정에서 대중음악인이 북한과 관련된 공연을 추진하기란 매우 어렵고 조심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소장파 음악인 상당수는'라이브 에이드'처럼 인기 뮤지션들이 총집결한 대형 자선콘서트를 열어 개런티 전액을 기부함으로써 음악을 통한 동포애와 인도주의 실천에 나서자는 적극적 주장을 펴고 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서구에서는 라이브 에이드가 단순한 자선행위를 넘어 기아.빈곤을 방치하는 사회에 대한 저항과 많은 돈을 번 록스타들의 자기반성(수익환원)이라는 문화적 의미를 띨 정도”라고 의의를 설명하며“북한동포를 위한 국내 라이브 에이드가 성사되려면 여론.정부정책이 우선 정리된 뒤 신중현.조용필같은 거물을 비롯,각 장르 뮤지션들이 총망라된 가운데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찬호 기자

<사진설명>

지난 85년 7월13일 영국 런던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16시간동안 2백명의 톱가수가 연주한 라이브 에이드.5천만달러가 걷혀 아프리카 난민돕기에 쓰였다.우리 가요계도 북녘동포돕기 라이브 에이드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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