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쿼터>한국농구 이젠 質을 높일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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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프로농구 원년리그가 기아-나래의 챔피언결정전으로 대장정의 막바지를 장식하고 있다.프로농구는 겨울스포츠의 총아로 자리를 굳히는데 성공했고 농구인으로서 이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사실 출범초기에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국가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용병을 수입하는 문제라든지,우수한 심판이 확보되지 않은 점등이 문제였다.또 대학연맹이 프로농구 조기출범을 반대하기도 했다.그러나 한국농구연맹(KBL)은 무모하리만큼 강하게 밀어붙였고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용병문제는 팀당 2명,월봉 1만달러로 보수를 한정해 부담을 줄이면서 프로농구의 경기력 향상에 기여했다.새로운 얼굴로 충원된 심판진은 기능에 문제가 있었지만 고질적인 편파판정 시비는 대폭 줄이는 성과를 이뤘다.

경기외적 측면에서도 경기장 시설미비와 통계.기록의 수작업으로 위험요인이 높았지만 '큰탈'은 없었다.그러나 미국프로농구(NBA)처럼 초(秒)관리를 해야 하는 프로에서 전산화가 필수적인 만큼 앞으로 보완이 이뤄져야 하겠다.

프로원년을 대과없이 마무리한 한국농구는 이제 질적 수준의 향상을 지향해야 할 시점에 있다.축구가 프로화를 계기로 경쟁력을 강화,월드컵 3회 연속진출과 2002년 월드컵 공동유치의 위업을 이룬 성과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때다.

어떤 종목이든 프로화를 위해선 경기수준의 향상이 전제돼야 한다.필리핀은 60년대 아시아제패의 발판위에서 70년대초 프로화됐고,74년 국제무대에 등장한 중국도 80년대 아시아를 평정한후 90년초 프로를 출범시켰다.우리는 이런 기반없이 프로부터 출범시킨 드문 경우에 속한다.

용병수입은 우리농구가'우물안 개구리'수준이었음을 자성케 했다.그러나 여기에만 매달려서는 '길거리 농구'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명색이 프로농구를 하는 나라라면 최소한 아시아 제패만은 이뤄야 체면이 설듯하다.시즌이 끝나가는 지금,농구협회와 KBL이 한국농구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방열 < 경원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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