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동 교수의 중국 비지니스 Q&A⑬] 중앙과 지방 끊임없는 권한의 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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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안의 중심가 중러우(鐘樓)에 선보인 첫 현대식 쇼핑몰 카이위안상청(開元商城).[중앙포토]

한때 우리나라에서 어떤 나라가 라이벌 관계에 있는 국가를 추월하지 못하는 이유를 꼬집은 책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에서 빠짐없이 언급되는 것이 지역 불균형 성장이다.

중국은 미국과 비슷한 크기의 땅과 지하자원 그리고 엄청난 잠재적 소비시장과 인적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지 못하는 것은 지역별 경제격차가 중국경제의 성장 동력을 저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면적은 유럽의 여느 국가보다도 큰 면적임에도 불구하고 지방수입은 동부 연안의 일개 도시만도 못한 시원찮은 지방재정운영 상태를 갖고 있는 성(省)이 있다. 이는 중국의 경제성장 이후 벌어진 발전의 그림자다. 왜 중국은 과거의 지역평등을 버리고 지역 불균형 성장을 선택했고 왜 중국은 지방에 많은 권한을 넘겨주지 못할까?

◇중앙과 지방간의 보이지 않는 알력=마오쩌둥(毛澤東)의 중국은 세계 그 어느 곳보다도 평등을 가장 중요시했다. 지역도 예외는 없었다. 마오는 각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해 국가예산의 상당액을 내륙에 지원하고 지방간의 유통의 흐름을 최대한 틀어막았다.

이 시기 중국유통시장은 꽉 막힌 혈관처럼 물류의 순환이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따라서 마오 이후 집권한 덩샤오핑(鄧小平)은 지방재정투자의 효율을 높이고 유통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나갔다. 지방경제를 살리기 위해 그동안 중앙에서 지방의 숨통을 조여 왔던 재갈을 하나하나 푼 것이다. 재정권, 기업 관리권, 투자권한 등 덩과 장쩌민(江澤民)시기 중앙은 선별적으로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며 제한적인 중앙권력의 분산을 시작했다.

따라서 덩과 장쩌민 시기 중국의 각 지방은 스스로 이윤을 창출해내기 위해 지방 내 기업을 육성하고 투자를 권장했다. 당시 지방이 세운 자구책은 동부 연안을 중심으로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지방권한의 강화는 이른바 제후경제라 일컬어지는 제 지방 감싸기를 불러 일으켰다. 특히 경제발전의 혜택에서 상대적으로 배제되어왔던 지방을 중심으로 타 지방으로의 농산물, 가전제품, 자전거 등의 유출금지 등 타 지방 상품경쟁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각종 편법이 동원됐다.

결국 이런 제후경제는 2000년대 들어와 서부대개발 사업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다시 중앙으로의 권력회귀와 지역 간의 공생을 도모하려는 지역연계조직의 건설로 상당수 완화된 듯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지방의 발전격차에 따라 중앙에 세수를 차등납부 해야 하고 경제적 낙후지역의 더딘 성장은 지방과 지방 그리고 중앙간의 보이지 않는 알력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결국 지역 간 균형, 불균형 성장에 따른 문제는 해결하기 힘든 거대 중국경제의 오랜 성장통이 아닌가 싶다.

글=박정동 소장・박재정 연구원
인천대학교 중국학연구소 (www.uic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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