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가는 북한 길잡이 - 경실련,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하여'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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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황장엽 북한노동당 비서의 망명과 북한의 식량난-북한체제의 동요로 보이는 일련의 사건들이 북한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북한의'속사정'을 파악하고 통일을 이루는 구체적 방법을 모색한 북한문제 연구서가 나왔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마련한'시민 통일강좌'에서 27명의 북한.통일관련 전문가가 강의했던 내용을 묶은'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하여'(심지刊).일반인들을 위한 강의였던 만큼 북한사회를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쉽고 광범위한 내용을 담았다.

역사학자는 물론,경제학자.문화비평가.법학자.심리학자.시민운동단체장.기자.사진작가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북한의 정치.문화.사회의 전반적인 실정을 설명하고 각 분야에 걸맞은 단계적인 통일 방법을 거론하고 있다.

우선 문화분야를 살펴보면 이질화된 북한의 사상과 문화현상을 이해하는 과정이 강조되고 있다.주체사상에 천착해 있는 북한내 저술도 북한을 알기위해 연구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다음 한글자판 통일안이라든지 국어사전을 공동으로 편찬하며,고고학 공동발굴을 해 문화적 차이를 조율하는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

김병익 문학과지성사 대표는 남북의 시청자와 독자가 방송.신문.잡지를 함께 자유롭게 보고 북한작가들의 원고를 남한잡지에서 청탁할 수 있는 정도까지 꿈꾼다.

경제문제에 있어 김성훈 중앙대부총장은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지의 교포들과 협력해 다국적기업 형태로 북한에 진출하는 대만식 방법을 제시한다.남한의 경제적 우위를 강조하는 경협방식은 북측은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선전용.정치용 교류보다 소규모지만 민간인들의 넘나듦이 사회.문화적인 통일을 가져올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덧붙이고 있다.

윤미량 통일원연구원은 남남북녀라는 말이 이제 옛말이 됐다고 말한다.계속되는 굶주림으로 왜소해지고 햇볕에 그을려 검게 탄 얼굴에 조악한 화장품으로 피부도 거칠어졌기 때문이다.

독일통일 이후 외견만으로도 동독인과 서독인을 구분했다고 한다.이런 외양상의 차이가 우리의 경우 더 심할지도 모른다.보이지 않는 사고방식의 이질감은 더 클 수도 있다.북한의'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저자들은 부작용을 줄이는 통일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민간차원의 교류가 정부의 정책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통일이란 따지고 보면 정책의 차원을 넘어 우리 모두가 함께 풀어야할 숙제이기 때문이다. 〈홍수현 기자〉

<사진설명>

91년 5월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남북한

공동팀.스포츠.문화 교류를 통해 남북한 체제의 이질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좋은 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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